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비즈 칼럼] AI 시대, 전력 자산관리 정교해져야

중앙일보

2025.07.03 08:01 2025.07.03 13:2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강형구 한국교통대 전기공학과 교수
에너지 산업이 전례 없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력 수요 증가,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같은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전력망 확충, 자원 개발, 에너지 전환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도 단시간에 해결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효율 개선을 통해 일정 부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전력 산업은 이미 디지털 전환이 상당 부분 진행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 혁신 사례들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수년간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IDPP), 변전 예방진단 시스템(SEDA), 계량 데이터관리 시스템(MDMS) 등 다양한 디지털 기반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전력 분야의 빅데이터를 축적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전력설비 자산관리 최적화 시스템인 AMS(Asset Management System)를 도입했다.

AMS는 전체 260만 대, 8만C-㎞(서킷킬로미터·송전선을 킬로미터 단위로 환산한 길이)에 달하는 전력 설비에 대해 분산돼 있는 데이터를 수집, 설비의 상태와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진단하는 시스템이다. 남은 수명을 예측해 정비 시점과 교체 우선순위를 제시하기도 한다. AMS 도입 후 고장률 감소와 설비 교체 주기 연장에 따른 투자비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 과거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던 전통적 방식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자산관리로 전환이 실제 효과를 거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전력망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전력 설비 운영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자산관리 또한 더욱 정교한 의사결정 체계를 요구받고 있다.

AI는 과거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숨은 연관성과 패턴을 찾아내고, 고장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며, 나아가 자율적인 정비계획 수립과 최적의 투자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다. 기존 AMS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 및 투자 전략 수립을 지원했다면, AI 기반 자산관리는 예측을 넘어 판단과 실행으로 진화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산업에 걸쳐 AI 기술의 활용이 활발하다. AI 모델의 성능은 데이터의 품질과 양에 크게 좌우되는데 전력 분야는 이미 고품질의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AI 기반 자산관리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다. 디지털로 시작된 혁신이 AI로 이어질 때, 자산관리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확보를 이끄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강형구 한국교통대 전기공학과 교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