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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의 뉴스터치] 맛보기 대책과 주머니 속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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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3 08:06 2025.07.0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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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 기자
이재명(사진) 대통령이 어제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막은 6·27 대책에 대해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많다.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또 “투기적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매우 교란하고 있다”며 부동산보다 금융시장으로 투자의 흐름을 바꾸고 싶다는 정책 의지도 다시 피력했다.

집값 불안이 이어지면 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할 것이며 그럴 만한 정책 수단이 많다는 게 이 대통령의 메시지겠다. 이런 언급은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떠올리게 한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일 때를 대비해 더 강력한 대책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다”고 했다. 그해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6·19 대책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확대하고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는 8·2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특히 8·2 대책은 투기 수요를 잡겠다며 내놓은 초고강도 종합대책이었다. 8·2 대책 직후의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주머니 속의 강력한 대책’을 거론했지만 그 참담한 결과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듬해 다주택자 대출 전면 금지 카드까지 꺼내는 등 모두 28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냈지만 집값 광풍을 잡지는 못했다.

이 대통령이 “시장 원리를 존중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대원칙 아래” 부동산 대책을 펴겠다고는 했다. 하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투기와 투자, 투기꾼과 실수요자는 도덕군자의 눈에만 구분될 뿐, 현실에서는 경계가 흐릿하다. 시장 앞에서 겸손해야 성공한 정책이 나온다.





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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