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찾은 일본 오사카 엑스포장에서 미국관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나마 방문객이 적은 평일인데도 장장 두 시간을 기다려야 입성할 수 있었다.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다른 전시관에선 경험할 수 없는 ‘쇼 타임’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별 모양의 캐릭터 ‘스파크(Spark)’가 사방의 벽면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며 신나는 리듬의 후크송을 연신 불러댔다. 시간이 흘러 노랫말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반복적으로 나오는 ‘투게더(together)’란 후렴구는 귀에 박힌 듯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특별히 주최국 손님인 일본인을 배려한 진행도 돋보였다. 버몬트에서 왔다는 사회자는 만담식 일본어 농담을 건넬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쇼타임(Sho-Time)’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도 깜짝 주연으로 등장해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영상과 장치는 화려했지만, 메시지는 간결했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창조하는 과학기술, 각양각색의 장점을 가진 50개 주에서 버무려지는 다양성, 그리고 다시 우주로 나가겠다는 각오 등이 담겼다.
그런데 이 모든 바탕에 ‘투게더’라는 구호가 깔려 있었다. 미국의 힘은 혼자가 아니라 동맹·파트너와 함께할 때 나온다는 믿음이었다. 미국관의 대미를 장식한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는 이를 상징한다. 천문학적인 자금과 첨단 기술력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에 한국·일본을 포함해 55개국(협정 기준)의 우방이 미국의 손을 잡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토록 화기애애하진 않다. 트럼프의 미국은 단호하다. 상대가 누구이건 무역과 방위에서 ‘정당한 대가’를 치르라고 압박한다. 특히 자국 방어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태도가 1기 때보다 더 강해졌다.
이미 워싱턴의 지한파 중에는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란 한·미동맹의 철통 같던 구호가 말뿐인 구호로 남을 수도 있다”며 불안해하는 이가 적잖다. 대규모 병력 감축을 시사하는 주한미군 재편 계획, 주한미군사령관의 격을 낮출지도 모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 서울을 패싱한 채 이뤄질지 모르는 워싱턴-평양 커넥션 등 악재 리스트가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미 간의 이런 민감한 이슈를 누가 조율할 건지다. 미국 측에선 주한 미국대사가 벌써 반년째 공석. 우리 역시 주미대사를 교체할 예정이다. 정상회담 일정도 아직 확정 못 했다. 마냥 기다린다고 극장 문을 열어주진 않는다. 힘껏 밀어야 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