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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의 시선] 코스피 5000과 강남 아파트 공급

중앙일보

2025.07.03 08:18 2025.07.0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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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여당은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부동산 대신 주식시장이 대체 투자처가 되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런 기대감 때문인지 주식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한편으론 서울 집값이 들썩이자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대출받은 사람에게 실입주 의무를 부과했다. 큰 틀에서 전체적인 방향은 납득할 수 있다.

주가 오르면 집값 상승 압력 커져
재건축 규제 강화론 공급 못 늘려
수익 억제 재초환·분상제 손봐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재명 정부는 재정 확대에 적극적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있다. 기업 체질 개선과 유동성 공급이 맞물리면 증시가 활황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 강남 집값은 어떻게 될까. 보유 자산이 늘어나면 더 나은 주거 공간을 찾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코스피 5000이 달성됐는데 서울 도심에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다면, 현금이 넘치는 수요자에 의해 집값은 다시 꿈틀댈 수밖에 없다. 대출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 대책은 꼭 필요하다.

서울의 핵심 공급 수단은 재건축이다. 하지만 규제가 너무 많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인 잠실 5단지에 ‘옛 아파트 한 동 남기기’와 국제설계 공모, 더 많은 공공기여(기부채납)를 요구했다. 공공성 강화란 말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사유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행정 간섭이었다. 서울 요지의 다른 재건축 단지도 마찬가지다. 주변 시세를 자극한다며 각종 규제를 더 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역시 이런 프레임 속에서 작동했다.

재건축은 집값이 하락하면 진행하기 어렵다. 집값이 올라 수익성이 확보돼야 할 수 있다. 손해 보는 재건축을 누가 하겠는가. 하지만 이때는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려 규제가 강화되는 역설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규제로 틀어막으면 신축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 길게 봤을 때 재건축을 못 하도록 규제한 것의 실익이 대체 뭐였는지 묻고 싶다.

물론 여당도 공급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 3기 신도시와 공공재개발을 거론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대해선 “개발 이익을 소수가 독점하지 못하게 하면서 인허가 기간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부동산 관련 정책 제안을 한 참여연대 역시 재건축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했다. 부동산에서 공공성이란 말은 규제 강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지난달 6일 롯데월드타워전망대에서 본 잠실 주공5단지 모습. 뉴스1

이제 과감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일부 규제는 하더라도 소유자에게 최소한의 유인을 보장해야 한다. 현장에서 실제 재건축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처럼 수익 구조를 흔드는 제도를 손봐야 한다. 보통 규제 강화로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집값이 크게 오르면, 재건축 부담금도 그에 따라 늘어난다. 그리고 그 부담이 다시 사업을 가로막는다.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낡은 아파트는 계속 비싸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일부 소유자의 초과이익을 차단하겠다며 규제를 강화했지만, 결국 전체 실소유자가 더 높아진 집값을 감당하게 된 것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런데도 또다시 세금으로 집값을 잡자는 얘기가 나온다. 참여연대는 최근 이 대통령의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투기 억제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진 의장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지속하면 세제 대책을 추가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3일 기자회견에서 공급 대책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더 근본적인 수요 억제책도 많다”고 밝혔다. 대출 규제가 듣지 않으면 더 강력한 대책이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저런 규제와 보유세·양도소득세 강화는 공급을 위축시키고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 때 시도했다 실패한 정책이다. 정부는 세금 카드나 손쉬운 규제책에 의존하기보다 현실적인 공급책을 내야 한다. 다수 의석을 가진 강한 정부라면 시장 원리에 맞는 장기 대책을 추진할 수 있다.

지금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조합원들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재건축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공공성 강화까지 외치면 재건축은 막히고 공급은 이뤄지지 않는다. 신도시 건설은 도움이 되겠지만 강남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 결국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이 정공법이다.





김원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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