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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마트폰 없는 학교, 스마트폰 없는 아이

중앙일보

2025.07.03 08:20 2025.07.0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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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경 양주 옥빛초등학교 교사·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아이를 사랑하는 현직 교사로서 호소하고 싶다. “스마트폰 없는 학교를 만들고,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 주지 않는 부모가 됩시다.” 정보통신기술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벨리의 학교에서는 학생이 스마트폰을 소지하지 않는다. 부모도 자녀가 고교에 진학하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사 주지 않는다.

여기에는 뇌과학적 근거가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자녀의 뇌 전두엽이 반복해서 정지되고, 전두엽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이해력과 생각하는 힘이 자라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책을 읽는 자녀의 뇌에서 전두엽이 활성화되는 것과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 학생들 폰 소지 안 해
한국 학생은 스마트폰 과잉 의존
교육부·국회, 아동 보호대책 절실

한국의 부모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녀가 지적 능력이 뛰어나길 바란다. 이해력과 생각하는 힘을 가진 아이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자녀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줄까. 물론 거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다른 아이와 비교당하지 않게 하려는 마음에서, 아이가 스마트폰에 빠져 있으면 자신이 편안하기에 쉽게 스마트폰을 아이 손에 쥐여 주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일종의 육아 도구처럼 사용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아이의 이해력과 사고력이 자라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과학적 사실이라는 점을 부모는 알아야 한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보유와 사용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90%를 넘고 사용 연령도 낮다. 특히 초등 1학년은 자기 조절력이 낮아서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2023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 1학년의 약 7.3%가 과의존 위험군이다. 여기에 속한 아이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하거나 일상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에 집착한다.

국립중앙청소년디지털치료센터 자료에 따르면 초등 4학년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104분이나 된다. 학습보다는 동영상 시청, 게임, 정보 검색, 채팅 등 오락 중심이다. 이로 인해 집중력 저하, 충동조절 미흡, 수면장애, 사회성 미숙 등의 문제를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스마트폰은 비행의 도구로도 사용된다. 예컨대 어느 초등 6학년 교실에서는 교과서 사이에 스마트폰을 숨겨 교사에 대한 욕설을 SNS에 DM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 초등교사노조에 접수된 상담 사례를 보면 학생이 교사 얼굴을 딥 페이크로 조작해 유포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은 교사를 조롱하거나 학급 질서를 해치는 방식으로 악용되고 있다. 급기야 더 심각한 비행 수단으로까지 이어진다. SNS를 통해 특정 학생을 집단으로 따돌리고 조롱하는 사이버 폭력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폭력은 가해와 피해가 훨씬 빠르고 넓게 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필자는 학교폭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제주 지역 학생과 경기도 용인 지역 학생 사이에 SNS를 통한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가정과 학교가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 부모는 자기통제가 어려운 초등학교 아동에게 스마트폰을 사 주지 말아야 하며, 학교도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일부에서는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걷는 것이 학생 인권침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학교의 스마트폰 수거는 학생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가 아니며 교육 목적상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는 학교의 교육적 권한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한국 사회와 교육계는 아동의 자유와 보호 사이에서 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학습권이다. 학교부터 변해야 한다. 학교는 학습을 위한 공간이다. 학습에 스마트폰이 방해된다면 교사가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는 불가피하다. 학교 차원의 내부 지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가 차원의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교육부와 국회는 현장의 교사와 전문가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 실효성 있는 규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이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도록 하는 정책이 진정으로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길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수경 양주 옥빛초등학교 교사·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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