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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활비 없애더니 집권하자 증액 요구…여당의 이율배반

중앙일보

2025.07.03 08:32 2025.07.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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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시절 전액 삭감하며 “나라살림 정상화”



이제 와 “국정 위해 필요”…투명화 고민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시절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의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특수활동비는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활동 중 국익 및 안보 등과 연계돼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며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지난해 12월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원가량을 전액 삭감했다. 검찰, 감사원, 경찰청 특별활동비 등도 전액 삭감하면서 민주당 측은 “잘못된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자신들이 집권하자 특수활동비 증액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내세웠던 명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율배반,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삭감 당시 민주당 측은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를 삭감했다고 국정이 마비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도 “어디다 썼는지도 모르는 특수활동비를 삭감한 것인데, 이것 때문에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얘기”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여당이 말을 뒤집은 것인 만큼 국민의힘으로부터 “염치도, 양심도 없는 내로남불, 표리부동 끝판 세력”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등의 특수활동비는 당초 보안이 요구되는 분야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일시와 액수를 특정하기 힘든 경우가 적잖다. 대통령 경호와 직결된 대통령실 특활비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연평균 96억원의 특수활동비를 편성했었던 만큼 민주당은 해당 자금의 성격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당시 삭감이 국정 마비에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이 대통령이 고백하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증액하려면 여당은 당시 조치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는 등 국민과 야당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특수활동비는 사용 내역 등이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예산 편성 때 국회에는 총액만 보고하고 결산 때도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영수증이나 증빙 없이 쓸 수 있는 ‘쌈짓돈’으로 여겨지면서 불법 전용 의혹까지 제기돼 왔다. 특수활동비 논란에 휩싸였던 검찰이 시민단체가 낸 정보공개 소송에서 패소해 자료를 공개한 적이 있지만, 명목이나 사용자 이름 등을 일절 밝히지 않아 비난을 샀었다. 감사원이 이런 자금의 집행 실태를 점검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다. 여야는 차제에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에 대한 통제 및 감시 장치를 면밀히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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