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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통·협치 강조한 이 대통령 첫 기자회견, 문제는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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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3 08:34 2025.07.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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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특별감찰관 임명, 야당과 협치 등 거듭 약속



여당 독주 제어 못 하면 소통 노력 빛 바랠 것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했다. 통상 취임 100일 회견을 가진 역대 대통령들보다 파격적으로 이른 소통 행보다. 사전 각본 없이 즉석에서 무작위로 질문 기자를 정하는 방식도 새로웠다. 이 대통령은 전임자보다 높은 국정 지지율에도 “너도 싫지만, 덜 싫어서라는 선택인 걸 안다”고 말하는 등 솔직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냉·온탕을 오가는 공직 사회를 ‘철수·영희의 의지대로 작동하는 로봇태권브이’에 비유하는 장면에선 책임정치와 공무원 전문성 존중 의지가 읽혔다.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는 의지도 밝혔다.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을 부활하겠다는 약속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지시해 놨다”며 “불편하겠지만 가까운 사람이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사직한 이후 이 자리는 문재인·윤석열 정부 내내 비어 있었다. 두 전직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했다면 김건희 여사가 특검 수사를 받고, 문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를 당하는 일을 예방했을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재차 약속했으니 그 기능이 9년 만에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한 대목도 기대를 모은다. 여야 영수회담 정례화를 확답하진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야당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과 만나기조차 어려웠던 경험을 했으니 대통령의 열린 자세와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야당 의원들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리인이라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 집권 한 달 만에 한 회견이라 검찰 개혁이나 부동산 대책에 대해 명확한 그림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제시하는 등 큰 방향은 설명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당장 어제(3일) 더불어민주당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 표결을 강행했다. 증인과 참고인 한 명 없이 인사청문회를 연 데다 2억원을 투자해 월 450만원씩 받았다는 배추 농사 의혹 등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했는데도 야당의 해명 요구는 묵살됐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야당과의 소통을 강조해도 거대 여당이 독주를 일삼으면 협치 노력은 빛을 잃는다.

회견 진행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질문자 선정에서 주요 신문사·방송사 기자에게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인지 회견이 2시간 넘게 진행됐는데도 총리 후보자 임명이나 헌법 개정 같은 주요 이슈가 빠졌다. 앞으로도 소통을 늘린다고 하니 다음 기자회견에선 중요한 현안을 고루 다루는 진행 방식을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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