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끝내기 기회를 세 번이나 날렸다. 올해 팀 최장 4시간40분 혈전을 치렀지만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한화는 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를 연장 11회 접전 끝에 7-7 무승부로 마쳤다. 시즌 두 번째 무승부로 46승33패2무(승률 .582)가 된 한화는 공동 2위 LG, 롯데에 1.5경기차 앞선 1위를 유지했지만 이날 경기력은 여러모로 답답했다.
선발투수 엄상백이 3⅔이닝 5피안타 2볼넷 1사구 1탈삼진 3실점으로 일찍 내려가며 불펜을 먼저 가동한 한화는 4회 하주석의 동점 솔로 홈런에 이어 최재훈의 2루타, 이도윤의 적시타, 루이스 리베라토의 안타에 이어 문현빈의 희생플라이로 5-3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주현상이 5회초 2점을 내주면서 다시 5-5 동점. 곧 이어진 5회말 공격에 한화는 선두타자 채은성이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가며 다시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김경문 한화 감독은 채은성을 대주자 김태연으로 바꿨다. 점수를 내야 할 승부처라고 판단하면 이른 시점에도 과감하게 대주자 카드를 활용하는 김경문 감독이 승부를 건 것이다. 이렇게 대주자를 쓴 이닝에 공격을 휘몰아쳐 점수를 빼내고 지키는 게 올해 한화의 승리 공식이기도 하다.
앞서 4회에도 김경문 감독은 대주자를 써서 득점을 짜냈다. 최재훈이 좌측 2루타를 치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가다 2루수 박민우의 태그 시도 과정에서 어깨에 충격을 받아 보호 차원에서 대주자 심우준으로 교체됐다. 이어 이도윤이 페이크 번트 슬래시로 우전 안타를 쳤고, 2루 대주자 심우준이 빠르게 홈으로 파고들며 리드를 잡는 득점을 올렸다.
채은성을 대주자 김태연과 바꾸면서 5회에도 다시 짜내기에 들어갔지만 통하지 않았다. 유로결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하주석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박민우의 점프 캐치에 걸린 게 한화로선 불운이었다. 이재원의 볼넷으로 2사 1,2루 찬스가 이어졌지만 이도윤의 2루 땅볼로 득점 없이 이닝이 끝났다.
결과적으로 채은성을 5회에 일찍 뺀 승부수가 실패로 돌아갔다. 연장 11회까지 승부가 길게 이어지면서 김태연이 5번 타순에서 3타석을 들어섰다. 6회 2사 2루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난 김태연은 9회 1루수 앞 강습 타구로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11회 2사 1루에서 초구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김태연도 한 방이 있는 타자이지만 최근 타격감이 저조하고, NC에 올해 12경기 타율 3할9푼5리(43타수 17안타) 7홈런 17타점 OPS 1.469로 초강세를 보인 채은성을 타석에 더 많이 타석에 세우지 못한 게 아쉽게 됐다.
한화 채은성. /OSEN DB
6회 이원석의 솔로 홈런으로 다시 리드를 잡았으나 7회 필승조 박상원이 동점을 허용하며 이어진 승부. 한화 타선은 세 번의 끝내기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9회 2사 1,2루에서 대타 타율이 높은 최인호가 대타로 나섰지만 투수 땅볼로 물러나 연장으로 넘어갔다. 10회초 마무리투수 김서현이 몸에 맞는 볼을 시작으로 3연속 볼넸까지, 밀어내기로 1점을 주며 리드를 내줬지만 10회말 한화도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이원석과 리베라토의 연속 볼넷으로 만든 1사 1,3루에서 노시환이 우익수 쪽으로 짧은 뜬공을 쳤다. 2루수 박민우가 포구 이후 공을 글러브에서 빼다 떨어뜨린 실책을 범했다. 떨어진 공을 우익수 한석현이 주워 홈으로 던졌지만 3루 주자 이원석이 홈을 파고들어 7-7 동점. 패배 위기에서 벗어나며 2사 1루로 공격이 이어졌지만 김태연이 초구를 건드린 것이 포수 파울플라이가 되며 11회로 승부가 또 넘어갔다.
11회에도 대타 이진영의 유격수 땅볼 타구를 김주원이 놓치면서 한화의 끝내기 주자가 누상에 나갔다. 하주석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득점권을 연결했지만 이재원이 중견수 뜬공 아웃됐다. 하지만 다음 타자 황영묵 타석에서 NC 투수 김녹원의 7구째 폭투가 나와 2사 3루. 끝내기 주자가 27.43m로 다가왔지만 황영묵이 다음 공을 친 것이 유격수 땅볼이 되며 경기 종료. 3루 주자는 결국 잔루로 남았다. 이날 한화의 잔루는 14개로 NC(12개)보다 2개 더 많았다.
오후 6시30분 시작된 경기는 밤 11시10분에 종료됐다. 4시간40분, 올 시즌 한화의 최장 경기 시간이었다. 선발 엄상백 포함 8명의 투수를 쓴 한화는 패하지 않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단독 1위 자리는 굳건하지만 온힘을 다 쓰고도 이기지 못해 서울 원정으로 향하는 버스 안 공기가 무겁게 됐다. 한화는 4일부터 고척돔에서 키움을 상대로 주말 3연전을 갖는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