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며 지난달 27일부터 철야농성을 벌여오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김 후보자의 총리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나 의원도 농성을 마무리했다.
나 의원은 일주일간 로텐더홀 한복판에 책상과 의자만 설치한 채 농성을 이어갔다. 새벽 5시쯤 샤워하고 오는 1시간 반 정도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잠은 옆에 설치한 텐트에서 잤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농성 라이브 방송’도 20여 차례 진행했고, 동료 의원들이 게스트처럼 오가며 농성에 동참했다.
나 의원은 3일 농성을 끝내며 “책임 있는 당 중진으로서 우리 당에 야성을 깨우고 사기를 재고해야 했다”며 “무기력하지 않은 야당의 모습을 알릴 수 있는 자리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지난달 30일 김민석 후보자가 직접 농성장에 찾아오는 일도 있었다. “단식하는 건 아니죠”라며 다가온 김 후보자에게 나 의원은 싸늘한 표정으로 “어떤 일로 오셨냐”라고 했다. 이어 나 의원이 “자료 좀 내라”고 하자 김 후보자는 “자료를 다 갖다 줬는데 보지 않고 들어오질 않더라”며 설전을 벌였다.
여권에선 나 의원이 농성 중 김밥을 먹는 모습을 두고 “웰빙 농성”이라고 비판했지만, 나 의원은 “항의 농성의 방법은 단식 농성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며 “메시지를 가리기 위한 공격이라고 생각해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농성장을 찾아 ‘바캉스 농성’이라는 조롱이 민주당에 나오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 무조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넓고 쾌적한 국회 본청에서 최고급 텐트를 치고, 김밥과 커피 드시면서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화보 찍듯 활짝 웃고 있는데 국민이 이걸 농성이라고 생각할까”라고 했다. 이에 나 의원은 “해당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5선 중진인 나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반탄파’(탄핵 반대파)의 선봉에 섰었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됐을 때는 당 지도부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구치소를 찾아 면회했다.
이번 21대 대선에 도전했던 나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후 최종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개별 유세 일정까지 수행하며 현장을 뛰었다. 당 안팎에선 오는 8월 전당대회 때 당 대표 후보로도 거론된다.
나 의원은 2019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에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를 위해 철야농성을 주도했다. 당시 사흘간 이어진 농성에는 100여명의 의원이 동참했다.
나 의원은 3일 로텐더홀을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할 수 있는 또 다른 전투를 하기 위해 전장을 옮길 것”이라며 “사법적 절차에 의한 농성이 될 수도 있고,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재개하기 위한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