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3일 역대 49번째이자 이재명 정부의 첫 총리가 됐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국정 2인자가 된 것이다.
그는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 한 달 동안에도 부처 업무보고와 각종 간담회를 소화했다. 이례적 행보였지만 여권에선 “‘일하는 총리’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총리로서 그의 스타일은 ‘실용·실무’로 요약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4일 취임 당일 김 총리를 지명하면서 “국민의 목소리에 실천으로 응답한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만큼 3일 김 총리의 인준 직후 일성도 “대통령의 참모장으로서 일찍 생각하고 먼저 챙기는 새벽 총리가 되겠다”였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전임 한덕수 총리보다 15살 젊다. 경제부터 외교까지 이 대통령을 세밀하게 보좌하는 의욕적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산적한 외교 현안을 풀어가는 동안 경기둔화 극복과 내수 증진 등 코앞에 닥친 민생 현안을 김 총리가 도맡아 챙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진 의원은 “관세·방위비 등 미국과 풀어갈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중국에선 전승절 참석을 타진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내치(內治)를 챙기는 게 총리의 본분”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지난달 24일 인사청문회에서 “향후 100일 동안 실행 가능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물가와 불경기로 어려워진 민생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사실 ‘일하는 총리’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건 그가 ‘실용 총리’를 넘어 ‘실세 총리’로 도약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개헌을 통해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총리가 형식적 2인자가 아닌 실질적 2인자가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실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 달간 국무총리실 산하에 정부 주요 기능을 편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예산·수사·통상 등 힘 있는 부처의 핵심 기능을 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회에는 ‘검수완분(검찰 수사권 완전 분쇄)’의 일환으로 총리실 산하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가 각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기획재정부가 관리해 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역시 향후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키를 쥘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이런 흐름이 법제화되면 김 총리는 과거 총리에 비해 실질적 권한이 커지게 된다. 여권 인사는 통화에서 “김 총리는 적어도 문재인 정부 당시 이낙연 총리 이상의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김 총리 주변에서는 이런 관측을 경계하는 기류다. 김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큰 틀의 국정 운영은 당연히 대통령실이 주도하고, 총리는 세밀하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역할을 하는 게 맞다”며 “총리실 구상도 대통령의 그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 본인이 자신을 “참모장”으로 표현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는 국정 운영의 파트너라기보다 대통령의 1등 참모라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진영 내 영향력이 공고한 상황에서 김 총리가 자신을 앞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란 취지다.
여권에선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낙선 후 정치적 침체기를 오래 겪은 김 총리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당사자가 이 대통령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합을 통해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향후 정치 행보 역시 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다. 김 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선거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께 (총리직이) 제 정치의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력투구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여권에선 “김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는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내 드느냐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