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트럼프, 푸틴 통화후 "우크라에 무기 너무 줬다"…EU "우리가 지원"

중앙일보

2025.07.03 18:50 2025.07.04 09:0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일(현지시간) 통화한 직후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무기를 줬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미국이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등을 포함해 주요 무기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최근 갑자기 중단한 것과 관련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과 관련해) 아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 간 통화는 1시간가량 계속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한 배경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무기를 줬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그들을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바이든(전 대통령)이 그들에게 무기를 주느라 나라 전체를 털었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무기가)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미 국방 당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며 자체 비축분이 모자란다는 이유를 들었다. 외신들은 이번 지원 중단 결정을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주도했다고 전했다. 그간 콜비 차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고, 전략자산을 중국 압박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펼쳐왔다.

두 정상 간 통화에 대해 러시아 측은 “(푸틴이 트럼프에게)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우크라전에 대한 러시아측 표현)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며, 즉 현 상황과 대립에 이르게 한 모든 근본 원인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기자들에게 “(이번 통화에서) 매우 실망했다”며 “내 생각에 푸틴은 (전쟁을) 멈추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러시아는 통화 직후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총 550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습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2022년 전쟁 시작 후 가장 큰 규모였다”며 “주로 수도 키이우를 겨냥한 이번 공격에는 총 539대의 샤헤드형 드론과 모방 드론, 총 11기의 탄도·순항 미사일이 동원됐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예고도 없이 전격적으로 단행된 무기 지원 중단에 우크라이나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덴마크 오르후스에서 열린 덴마크 및 유럽연합(EU) 정상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내일(4일) 혹은 수일 내에 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해 “양국 정상 간 통화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중단했던 무기 지원을 재개할 의사를 내비쳤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방어 지원 의사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악시오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방공 지원을 하고 싶다. 보류된 부분이 있다면 점검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EU는 미국이 무기 지원을 중단하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확대를 약속하기도 했다. EU 하반기 순회의장국인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않기로 한다면 우크라이나와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심각한 퇴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코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닌, 유럽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공백이 생긴다면 우리가 메워야 한다”고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역시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늘리고 유럽의 방위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명한 시그널이자 메시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은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다. 앞서 독일 일간 빌트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직접 패트리엇을 조달하려다가 실패한 뒤 독일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패트리엇 미사일은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가 생산해 거래할 때 미국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이달 중순 미국을 찾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에 대한 반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 해군 부사령관인 미하일 구드코프 소장이 전날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설치된 야전 본부에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가디언 등이 3일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구드코프 소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를 처형하거나 민간인을 살해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리비아 인근 지중해에서 원유를 싣고 운항 중이던 러시아 유조선 빌라모우라호 기관실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매체는 “폭발 당시,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이 가장 먼저 ‘그림자 선단’ 소속 선박으로 지목해 알렸다”며 우크라이나 당국의 파괴공작을 의심했다. 그림자 선단은 러시아가 서방의 원유 수출 제재를 우회하는 데 쓰는 선박을 말한다.




박현준([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