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과 배당 소득 증가의 영향으로 지난 5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00억달러를 웃돌며 2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그러나 철강·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줄면서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101억4000만달러(약 13조83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57억달러)과 지난해 같은 달(90억9000만달러)을 모두 웃도는 수준으로, 5월 기준으로는 2021년(113억1000만달러), 2016년(104억9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항목별로 보면, 5월 상품수지는 106억6000만달러 흑자로, 전월(89억9000만달러) 대비 17억달러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 같은 달(88억2000만달러)보다도 18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철강·석유제품 등 비IT 품목 부진으로 569억3000만달러로 집계돼 전년 동월 대비 2.8% 감소했다. 이는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된 것으로, 한은은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20.6%)·의약품(12.2%)·컴퓨터주변기기(5.3%) 수출이 증가한 반면, 석유제품(-20%)·철강(-9.6%)·승용차(-5.6%)는 줄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8.2%)·EU(4.0%)에서 수출이 증가했지만, 일본(-9.0%)·미국(-8.1%)·중국(-8.4%)에서는 부진했다.
수입은 462억7000만달러로, 에너지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7.2% 감소했다. 석탄(-31.6%)·석유제품(-30.0%)·원유(-14.0%) 등 원자재 수입이 13.7% 줄었지만, 수송장비(46.8%)·반도체 제조장비(26.1%)·정보통신기기(16.5%) 등 자본재 수입은 4.9% 증가했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수출·수입 감소는 통상 환경 변화와 유가 하락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이 크며, 불황형 흑자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이 자동차와 철강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관세 인상분의 가격 전가로 인해 자동차 수출 등에서 영향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철강은 3.2% 각각 감소했지만, 대미 수출은 자동차 16.4%, 철강 4.3%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는 "유가 상승이 일시적이었고, 2주 내외의 짧은 기간에 회복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비스수지 적자 이어져
서비스수지는 22억8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전월(-28억3000만달러)에 비해서는 적자 폭이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달(-12억2000만달러)보다는 확대됐다. 특히 여행수지는 5월 연휴 기간 중 해외여행 증가로 적자가 9억5000만달러로 집계돼, 4월(-5억달러)보다 커졌다.
본원소득수지는 4월 1억9000만달러 적자에서 5월에는 21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이는 외국인 배당 지급이 집중됐던 4월의 계절적 요인이 해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계정 순자산도 증가
5월 중 금융계정 순자산은 67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1억3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3억2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 부문에서는 내국인의 해외 채권 투자가 100억9000만달러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는 122억7000만달러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