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장관급)도 국회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시키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한다.
4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인청법 개정안에는 선관위 사무총장을 비롯해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까지 청문 대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제6조 3항)이 담겼다. 법안을 만든 허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제안 이유에서 “국민적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주요 헌법기관 및 독립기관에 대해서도 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부터 공동 발의 서명을 받고 있는 개정안엔 문진석·박상혁·이기헌 의원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이 대거 참여했다.
현행 선관위법에 따르면 선관위원장과 장관급인 선관위 상임·비상임위원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하지만 같은 장관급인 선관위 사무총장은 선관위원장이 주재하는 내부 위원 회의를 통해 임명된다. 사무총장의 임기는 법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통상 2년 주기로 교체되는 것이 관례”(선관위 관계자)다.
이에 따르면 2023년 7월 25일 취임한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조만간 임기가 종료된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새로 지명될 사무총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된다. 법안에는 통상적인 법안 유예기간(6개월~1년) 대신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이 담겨 있다.
국민의힘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지난 2월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선관위의 채용 비리 사태를 지적하며 “국회의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선관위 사무총장 임명 시 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해야 한다. 무소불위 마피아 선관위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희 의원도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만큼 합의 처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의될 민주당 개정안엔 인사청문회를 공개와 비공개 부분으로 나누는 내용도 포함됐다. ▶도덕성 검증을 위한 비공개 공직 윤리 청문회와 ▶전문성과 정책 역량 등을 검증하기 위한 공직 역량 청문회로 분리한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던 지난달 19일 민주당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힘이 인신을 공격하고 흠집 내어서 정치적 반사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며 “관련법을 자질 검증이라는 목적과 기능에 맞게 고치겠다”(진성준 정책위의장)고 예고했다.
비공개 청문회를 도입하는 대신 민주당은 인사청문 기간을 늘리는 조항도 담았다. 현행법은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임명동의안 회부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절차를 마쳐야 하며, 최장 3일 간의 청문회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전체 활동 기간을 15일→20일로 늘리고, 인사청문회 기간을 3일→5일 이내로 확대했다. 또한 자료 제출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을 준용하도록 명시해 청문위원의 권한을 강화했다. 국회증언감정법(제12조)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보고 또는 서류 제출 요구를 거절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 처리 시점은 이재명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는 7월 중순 이후가 될 전망이다. 국회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14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15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15일)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15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16일) 청문회를 잇따라 실시할 예정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번 청문회 국면 이후부터 개정법이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