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취임 일성으로 반성·성찰 꺼낸 檢 간부들…"변화 없으면 해체에 가까운 개혁"

중앙일보

2025.07.03 23:55 2025.07.04 00:5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단행한 첫 검찰 간부 인사에서 발탁된 검사장들은 4일 취임 일성으로 일제히 반성과 성찰을 강조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뀌지 않으면 검찰 해체에 가까운 개혁 당할 것"

부장검사에서 검사장으로 발탁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지금까지 해온 봐주기 수사, 거짓말에 대해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검찰은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또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표적 수사가 거침없이 자행됐고,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봐주기가 노골적으로 자행됐다”며 검찰권 남용 문제를 직격했다. 검찰 개혁에 반발하는 내부 목소리에 대해선 “수십 년 동안 계속 반복된 일”이라며 “한때 존경했던 검찰 선배가 지금은 내란수괴로 조사를 받는 모습을 보며 후배들이 느끼는 참담함도 있다. 우리가 그때 잘못 평가했는지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검장 "변하고 고쳐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국민의 시각에서 우리 검찰이 변해야 할 것은 변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이자 권력자·정치인 등에 대한 특수수사를 주도하는 곳이다. 정 지검장이 이날 “(검찰에 대한) 개혁 논의의 출발점이 된 우리의 검찰권 행사에 대해 스스로 솔직하게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반성적 태도를 강조한 것은 역대 서울중앙지검장들이 검찰 개혁 자체에 거세게 반발했던 것과 대비된다.

정 지검장은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 구성원의 생각도 다양할 것”이라며 검찰개혁안을 놓고 양분된 내부 구성원의 입장차도 언급했다. 실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은 지난 1일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검찰개혁을)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외에 이진동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변필건 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신응석 전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전 서울동부지검장 등의 사표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양석조 전 지검장은 “어려운 시기에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 회피 결정·재판 및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 수사 및 별건 수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김태훈 신임 서울남부지검장은 취임 일성으로 반성과 성찰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무엇보다 가장 아픈 부분은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독립과 공정한 기관이라는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라며 “신뢰를 되찾는 첫걸음은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본연의 역할로 되돌아와 소임을 다하는 방법 외에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지름길은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서울동부지검·서울남부지검 등 주요 검찰청의 검사장들이 업무 첫 날부터 일제히 검찰 개혁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은 새 정부 출범 후 검찰의 주류가 교체됐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수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질 때까지만 해도 검찰은 사실상 수사와 기소 분리에 반발하는 단일대오였다. 추가적인 검찰 정기 인사를 기점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내부의 반발 여론이 상당 부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특히 이날 취임한 검찰 간부들은 법무부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대통령실 주도로 후보군을 추려 임명한 인사들이다. 사실상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취임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수사와 기소 분리를 공약으로 제시한 데 이어 지난 3일 취임후 첫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기소를 위해 수사하는 나쁜 사례가,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는 긴 시간 동안 더 악화했다”며 검찰개혁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현직 부장검사 "임은정, 피해자 입장 강조한 건 진심이었나 의심"

한편 장진영 수원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임은정 검사님의 무죄구형과 수사기소 분리'라는 글을 올려 임 지검장을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이 현실의 수사절차에서 더 불편해지고 더 고통받게 될 수사와 기소의 분리 법안에 대해 검사로서 침묵하거나 앞장서 '국민을 위하는 법안'이라며 호도하고 국민을 속이는 모습 또한 참담한 후배가 한두 명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국민의 과반 상당이 임 검사장님을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의로운 검사로 알고 있는 듯하다. 저 역시 그리 믿고 싶다"며 "그러나 근래 수년간의 임 검사장님의 행보와 행적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피해자의 고통과 절망을 대신해야 한다며 검사의 직을 걸려고 했던 임 검사장님이 2020년 수사권 조정 이후 수많은 피해자들이 사건 지연과 불편하고 복잡한 절차들로 불편을 겪고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단 한마디의 의미 있는 발언을 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국민들의 불편과 고통이 더욱 심해질 수 있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찬성하는 것처럼 보여 과연 임 검사장님이 그간에 보여준 '검사는 피해자의 고통과 절망을 대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마음이 진심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정진우.황수빈([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