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라고 부르는 감세 법안이 트럼프의 서명만 남겨뒀다.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대해 온 한국의 자동차·태양광·배터리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 하원은 3일(이하 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상원에서 수정한 내용을 반영한 OBBBA를 찬성 218표, 반대 214표로 통과시켰다.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이 법안은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후 공식 시행된다. 법안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기반한 각종 세액공제와 보조금 제도를 조기 종료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장 큰 변화는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다. 기존에는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를 사는 구매자는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2032년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세액공제는 OBBBA에 따라 9월 30일 이후 종료된다. 기존 한·미 협의로 확보한 최소한의 예외 조항(리스·렌터카용 상업용 전기차 세액공제)도 무력화했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한 자동차 업계가 난감해졌다.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려 전기차 판매 감소분을 만회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경쟁사보다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춰 (전기차의 대체재를 찾는) 미국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업체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감세 법안에 따라 2032년까지 유지할 예정이었던 발전용 세액공제 폐지가 2027년 말로 앞당겨졌다. 보조금 지급 대상도 2027년까지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는 기업으로 제한했다. 미국 조지아에 태양광 패널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한화큐셀, 텍사스에 태양광 셀 공장을 짓는 OCI 등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업계는 그나마 다행이다. 배터리 기업에 주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법안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업은 AMPC를 통해 미국 내에서 생산한 배터리 1킬로와트시(kWh)당 최대 45달러씩 세액공제를 받아왔다. 다만 세액공제 금액은 단계적으로 줄여 2033년 폐지한다.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까지 투자 시간을 벌었다.
법안은 또 중국 기업 등 ‘금지된 외국 단체’(PFE)로부터 받는 ‘물질적인 지원’(material assistance)이 제품 생산 전체 비용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중국산 저가 배터리 공세에 위협받는 한국 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회사들에 긍정적인 내용도 있다. 미국 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이 받는 세액공제율을 기존 25%에서 35%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이후 가동하는 시설 및 2026년 말 이전에 착공하는 시설이 대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인텔, TSMC, 마이크론 등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거나 투자 중인 기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가 전임 바이든 정부 시절 맺은 계약을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이라 세액공제·보조금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