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저작권 개발의 챔피언이고, 프랑스는 저작권을 보호의 챔피언입니다.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합니다."
프랑스 영화 산업의 근간인 국립영화영상센터(CNC)의 수장, 가에탕 브뤼엘 원장이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한국을 택했다. 그는 4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며 "오는 9월엔 프랑스 문화부장관도 방한해 부산영화제 등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방한 목적은 지난 3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참석 및 한국 영화 산업 관계자들과의 만남이다. 내년은 한ㆍ불 수교 140주년이기도 하다. 브뤼엘 원장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에 대해 "추진은 되고 있지만 확정은 아니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오징어 게임' 등 다양한 한국 콘텐트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Q : 문화주권이 사실상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으로 넘어간 현실에서 프랑스의 대응은.
A : "프랑스는 200년 전부터 저작권(IP)에 대해 고민해온 문화대국이다. 그러다보니 저작권을 보호하고, 문화주권을 지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문화란 예술이면서 동시에 산업이다. 한국과 프랑스가 콘텐트를 공동 제작하고, 그 저작권을 공동 소유하여 OTT에 대응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있다. 성공 사례도 있다. 3년 전 설립한 한국영화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인데, 양국 젊은 영화인들이 모여 일정 기간 동안 협업을 하는 거다. 이미 졸업생들이 나왔고, 이들이 해온 협업이 훌륭한 씨앗이 되고 있다."
Q : 구체적 정책은.
A :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효용도 분명 있지만 비용 절감의 목적만을 위해 AI를 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애니메이션 기존 제작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3년 전부터 넷플릭스에 프랑스 예술가들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프랑스에서 제작하도록 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교육이다. 젊은 세대에게 영화라는 매체의 중요성을 어린 시절부터 체감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범람하는 영상들은 사실, 개인을 고립시키거나 거짓 정보를 유통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때가 많다. 그에 반해 영화라는 매체의 가치와 역할을 학습하는 게 중요하다."
Q : 프랑스 영화라고 하면 예술영화라는 인식이 강한데.
A : "한국 영화 중에서 프랑스에서 특히 성공을 거둔 영화 중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있다. 물론 영화엔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라는 구별이 존재하지만, 사실 요즘과 같은 시기엔 그 두 가지가 대립을 하는 게 아닌 방향의 흐름이 뚜렷하다. '기생충'도 예술영화이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지 않았나. 관객들, 특히 21세기의 각종 영상 콘텐트에 익숙한 관객들은 다양성에 목말라있다."
Q :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도입을 언급했는데. 비슷한 제도가 있는 프랑스에선 어떻게 이 제도가 평가되고 있나.
A : "프랑스에선 앵떼르미땅(intermittent)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최저 기본소득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게 아니라, 예술가들의 (경제적) 안정성에 도움을 주는 제도다. 예술가들은 어떤 시기엔 프로젝트가 많이 몰리기도 하고, 다른 시기엔 전혀 일이 없기도 하다. 그럴 때 도움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프랑스도 이 제도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를 더 많이 낼 수 있는지 고민은 많고, 수정 보완을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