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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흉부외과 전문의 전국 33명, 이대로면 고사 위기…"장난감보다 수가 낮아"

중앙일보

2025.07.04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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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현 대한소아외과학회 기획위원장이 4일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심포지엄에서 발표 중이다. 채혜선 기자
"지금 전라남도에서 아이가 장중첩증을 진단받으면 큰일난다고 합니다. (지역에서) 치료를 못 받아 헬기를 타고 서울로 갈 수가 있다고 합니다."

남소현 대한소아외과학회 기획위원장(부산백병원 소아외과 교수)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2025 심포지엄'에서 소아외과 전문의 부족의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장이 말려 들어가는 장중첩증의 80%는 생후 6개월부터 2세 사이 소아에게서 발생한다. 남 위원장은 "장 중첩증으로 아프면 전국을 떠돌 수 있다는 우려 자체가 향후 (소아외과 인력의) 10년 위기의 시그널(신호)"이라고 말했다.

소아흉부외과 전문의 수. 사진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2025 심포지엄' 자료집
남 위원장은 각 학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소아외과 세부 분과별 전문의 수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의 소아비뇨의학 전문의는 29명(2023년 기준)에 불과하다. 소아비뇨기 전문의 1명이 19세 이하 아동·청소년 28만3217명을 맡아야 하는 셈이다. 소아 흉부외과는 33명, 소아외과 50명, 소아 마취과 92명, 소아 정형외과 41명, 소아 안과 102명으로, 여섯 과목을 합쳐도 347명에 그친다. 이는 전체 소아청소년과 의사(6200여명)의 5.5% 수준이다.

남 위원장은 "소아 진료만 전담하는지나 소아 전공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는지 등 복잡한 내부 기준으로 정확한 인력 현황 파악이 어렵다"면서도 "전임의를 마쳤더라도 개인 병원에서 진료하는 사례도 있어 절반가량은 허수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나마 이들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소아 비뇨의학 전문의의 48%, 소아 흉부외과 67%, 소아외과 56%, 소아 마취과 70%, 소아 정형외과 59%, 소아 안과 68%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정확한 숫자 파악이 어려운 소아 신경외과 전문의는 전국 9.5명으로, 이들 모두가 서울 '빅5' 병원에 소속돼 있었다.

최미영 충북대병원 안과(소아) 교수는 "소아 안과 전문의 수가 많아 보이지만, 3분의 2 이상이 서울·경기 지역에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시는 10년 이상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지방에 전문의가 없으면 환자가 수십년간 서울로 진료받으러 다녀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사진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2025 심포지엄' 자료집
소아외과계가 '고사 직전'에 놓인 원인은 젊은 인력의 유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5년 100%에서 의·정 갈등 직전인 2024년 34.6%로 급감했다. 지원율이 낮아진 이유로는 ▶낮은 의료 수가 ▶의료 사고(분쟁)의 위험 ▶저출산에 따른 소아청소년 인구 급감 등이 꼽힌다(2024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설문조사).

사진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2025 심포지엄' 자료집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사직 전공의 최윤영씨는 "6세 이하 진료에 대해선 수가를 300% 인상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고난도·고위험 시술에 대한 보상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면 뇌척수 쪽으로 암이 퍼진 환자에겐 척수강에 항암제를 주입하는 시술이 필요하다. 성인과 달리 소아는 잘 움직이기 때문에 잠이 든 상태에서 시술해야 하고, 아이 자세를 유지해주는 등 최소 4~5명의 의료진이 투입된다.

하지만 이 시술에 대한 수가는 1~6세 기준 5만7509원, 6세 이상 4만3568원에 그친다. 최씨는 "인기 있는 장난감 가격이 9만 원대"라며 "소아 관련 수가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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