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EU에 '러시아 패배시 美초점 中으로 이동 우려' 발언"
홍콩매체, EU관계자들 인용 보도…中외교부, 즉답 없이 "전쟁 장기화 안돼"
(서울·베이징=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중국 외교장관이 '중국은 러시아의 전쟁 패배를 감당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복수의 유럽 소식통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지난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만나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미국의 초점이 중국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러시아의 전쟁 패배를 감당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SCMP는 EU 관계자들이 왕 주임의 솔직한 언급에 놀랐다고 전했다.
중국이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당사국이 아니라며 중립적인 입장을 대외에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외교 사령탑의 이런 발언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중국이 러시아를 재정적·군사적으로 사실상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에는 만약 중국이 지원했다면 전쟁이 진작 종료됐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고 SCMP는 설명했다.
SCMP는 이 대화가 4시간가량 길게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고, 왕 주임이 칼라스 대표에게 역사를 가르치려는 듯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고도 전했다.
'미국의 초점이 동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그의 전망 또한 현실 정치를 알려주겠다는 듯한 강의 조의 대화에서 나온 것이라고 회담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날 왕 주임의 발언을 두고 브뤼셀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에 붙들려 있게 된다는 점은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SCMP는 왕 주임이 이달 말로 다가온 EU-중국 수교 50주년 기념 정상회담 준비 차 유럽을 찾았으나, 그의 발언은 예의를 차리면서도 거칠었고 그간 보였던 '매력 공세'의 태도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왕 주임의 언급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왕 주임과 EU의 소통에 관해 이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고,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게 평화 회담을 권하는 것이었다"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휴전을 적극 추진해왔고, 중국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은 국제 사회가 함께 목도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장기화는 어느 국가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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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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