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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美 조선업 부활..."한국인 가도, 현지서 배 만들기 힘들다"

중앙일보

2025.07.04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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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시피주 헌팅턴인걸스의 잉걸스 조선소에서 선박이 제작되는 모습. 사진 헌팅턴잉걸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선업 부활’을 주장하고 있지만, 조선 산업 재건을 위한 정책 추진이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산하에 신설된 조선 담당 사무국의 인력이 최근 7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재건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담당 사무국을 설치했는데, 아직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 지향점이 다른 인사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 과정에서 조선 사무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9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의 조선·해운 재건 정책이 다른 정책과 충돌하며 후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일 미국의 대외원조 정책을 담당했던 국제개발처(USAID)를 해제하고 식량 원조 정책을 축소했는데, 이것으로 미 해운 업계가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국내 조선 업계 한 관계자는 “미 해운사는 USAID의 식량 지원 운송을 맡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선박을 멈추고 직원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선박 규제를 폐지하겠다던 움직임도 최근엔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 연방의회 상·하원에는 존스법을 폐지하는 내용의 ‘미국의 수역 개방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상선은 미국에서 건조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 연방의회에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를 폐지하려고 시도했지만, 조선 업계의 반발과 지역 이해관계 등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국내 조선 업계가 미국 선박 건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존스법 등 여러 규제가 풀려야 하는데, 관련 논의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 한화
이런 가운데 미국 현지 선박 인프라 확보에 나선 국내 조선 업계는 시설 정비에 애먹고 있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에는 2개의 도크(선박 건조 시설)가 있는데, 1개는 수년 동안 사용하지 않고 방치돼 상당히 노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숙련 인력 확보도 숙제다. 미 해군에 납품하는 군함은 방산 물자로 지정돼 있어 미국 시민권이 있는 현지 인력만 건조할 수 있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현지에서 인력을 채용해도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 퇴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라며 “그마저도 숙련도가 높지 않고 약물 복용 등 여러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이 한국에 큰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하루아침에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는 신화에 가깝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삼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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