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러 유조선 잇따라 폭발사고…우크라 공작 의심

연합뉴스

2025.07.04 02:2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올해만 5척…"러 석유 수출 타격 노린 듯"
러 유조선 잇따라 폭발사고…우크라 공작 의심
올해만 5척…"러 석유 수출 타격 노린 듯"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러시아가 서방의 원유 수출 제재를 우회하는 데 쓰는 일명 '그림자 선단' 유조선에서 폭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의 돈줄을 끊기 위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공작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리비아 인근 지중해에서 운항 중이던 러시아 유조선 빌라모우라호 기관실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기름이 유출되지는 않았으나 폭발 충격으로 갑판이 부서졌다. 이 선박은 남태평양 마셜제도 선적을 달고 원유를 실어나르는 중이이었다.
앞서 올해 1∼2월에도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 정박 중이던 라이베리아 선적 코알라호 등 러시아 유조선 4대에서 잇따라 비슷한 사고가 났다. 서방이 그림자 선단이라고 부르는 이들 유조선은 모두 기관실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크레인 2대를 싣고 시리아로 가던 러시아 화물선 우르사 메이저호가 스페인과 알제리 사이 공해상에서 폭발한 뒤 침몰해 선원 2명이 실종됐다. 이 선박은 러시아 국방부 산하 물류업체 소속으로 미국 제재 목록에 올라 있었다. 당시 선주사 오보론로지스티카는 선박이 테러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독일 매체들은 이들 6척 모두 엔진 등이 기술적 문제로 폭발한 게 아니라 기관실 근처에 폭발물이 장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빌라모우라호 폭발 당시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이 가장 먼저 그림자 선단 소속 선박으로 지목해 알린 점 등을 근거로 우크라이나 당국의 파괴공작을 의심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 에너지 수익의 3분의 1이 전쟁비용으로 쓰인다며 유조선 목록을 작성하고 서방에 석유 수출 제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러시아 유조선들은 서방 제재 때문에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업체 보험에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ZDF방송은 "보험료를 비롯한 선박 운용 비용을 높이고 러시아가 석유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타격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방은 러시아의 돈줄을 죄기 위해 2023년 러시아산 원유를 배럴당 60달러 이상에 사지 못하도록 하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올 들어 한때 국제유가가 60달러를 밑도는 등 가격 하락으로 제재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마저도 석유 원산지를 숨긴 그림자 선단으로 우회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주요 7개국(G7) 회의를 앞두고 유가 상한선을 현재 배럴당 60달러에서 30달러로 낮추자고 요구했다. 유럽연합(EU)도 45달러를 제시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에너지 추가 제재에 부정적이다.
독일 정부는 유가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이 무산되자 이달부터 발트해와 북해 사이 길목인 페마른 해협에서 선박이 보험에 가입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EU 제재 목록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투입한 낡은 유조선들이 발트해를 오가는 과정에서 사고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1월에는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던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에벤틴호를 예인한 뒤 선박과 석유 9만9천t을 압류했다. 독일 정부는 이 배가 이제 독일 선적이며 정부가 석유를 판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계연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