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게임 패드'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디오구 조타를 위한 추모 공간 한켠, 꽃다발과 스카프 사이에 말없이 자리한 그 패드는 그가 남긴 또 하나의 자취였다.
3일(이하 한국시간), 리버풀 공격수 조타가 스페인 사모라 인근 A-52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친동생 안드레와 함께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은 "조타가 몰던 람보르기니 차량이 다른 차량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타이어가 터졌고, 이후 도로를 이탈해 화재가 발생했다"라며 "두 사람은 차량이 전소되기 전 빠져나오지 못한 채 현장에서 숨졌다"라고 밝혔다.
가장 참혹한 비극은 조타가 결혼한 지 채 2주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막 결혼식을 올린 남편이기도 했던 조타는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최근 폐 수술 이후 비행기를 피하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직접 운전대를 잡은 여정이었다.
비보가 전해진 직후,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 앞 힐스버러 추모비 주변에는 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유니폼, 꽃다발, 손편지, 그리고 '게임 패드'. 평소 조타는 게임을 즐기기로 유명했다. 그는 골 세리머니로 자리에 앉아 게임하는 듯한 모습을 취할 정도로 게임에 '진심'이었다. 축구뿐만 아니라 게임 커뮤니티에서 얼마나 특별한 존재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영국 매체 '스포츠 바이블'은 4일 "조타는 축구 게임 EA FC 커뮤니티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였다. 그의 게임에 대한 사랑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팬들과의 소통이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조타는 'FC 시리즈'에서 꾸준히 상위권 랭킹을 유지한 프로 게이머이자, 신작 홍보 영상에도 자주 등장한 얼굴이었다.
조타의 팬으로 유명한 국내 해설가 임형철 위원도 같은 날 소셜 미디어에 "조타가 열정을 쏟던 게임이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어서 조타가 했던 세레머니, 조타가 소개하던 리버풀 선수들 OVR 영상 보는 재미가 있었다"라며 "이걸 추억으로 남기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고 썼다.
리버풀은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함께한 조타의 헌신을 기리며 등번호 20번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영구 결번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공식 성명을 통해 "조타는 팬들이 노래하던 대로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준 선수였다. 그의 헌신과 상징성은 리버풀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타는 2020년 울버햄튼을 떠나 리버풀에 합류한 뒤 182경기 65골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FA컵, 리그컵을 들어 올렸고, 포르투갈 대표팀으로도 49경기 14골을 넣으며 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그의 마지막 골은 지난 4월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나왔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진 그 골과 안필드를 가득 채운 팬들 앞에서 펼친 특유의 세리머니는 이제 '그를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 됐다.
리버풀의 감독 아르네 슬롯은 "그는 단순한 선수가 아니었다.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존재였고, 그의 죽음은 오랫동안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라며 애도했다.
꽃다발, 유니폼, 그리고 게임 패드.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모든 팬들은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