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성남종합운동장, 고성환 기자] "선수들 입장에선 전쟁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포스트 이재성' 강상윤(21, 전북 현대)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가 선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출사표를 던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오는 7일부터 시작되는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나선다.
이제 정말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중국과 동아시안컵 개막전을 치른 뒤 11일 홍콩, 15일 일본과 격돌한다. 3경기 성적에 따라 그대로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내년 여름으로 다가온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소화하는 홍명보호의 첫 공식 일정이기도 하다. 한국은 지난달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하며 11회 연속이자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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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파 선수들로서는 월드컵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동아시아컵은 FIFA가 주관한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유럽파 차출은 불가능하며 중동 리거들도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홍명보 감독은 K리거 23명(1부 22명, 2부 1명), 일본 J리거 3명으로 26인 최종 명단을 꾸렸다. 그중에서 대표팀에 처음 승선한 선수가 9명이나 된다. 이호재(포항), 변준수(광주), 서명관(울산), 서민우, 모재현(이상 강원), 이승원(김천), 강상윤, 김태현(이상 전북), 김태현(가시마)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포지션은 중원이다. 현재 홍명보호는 오랫동안 황인범의 파트너를 찾고 있다. 주로 박용우(알 아인)가 볼란치를 맡고 있지만, 탈압박이나 포백 보호가 장점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를 보일 때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대체자가 없는 상황.
이번 동아시안컵이 좋은 실험 무대가 될 수 있다. 부주장을 맡게 된 박진섭을 비롯해 서민우와 강상윤, 김봉수(대전) 등 수비 면에서 존재감을 지닌 미드필더들의 기량을 테스트해 볼 기회다. 홍명보 감독도 3일 훈련을 앞두고 "선수 기량 확인을 철저히 할 것"이라며 "선수들 입장에선 전쟁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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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막내' 강상윤의 활약에도 시선이 쏠린다. 지난 시즌 수원FC 임대를 통해 잠재력을 보여준 그는 이번 시즌 전북으로 복귀해 거스 포옛 감독 밑에서 날개를 달았다. 그 덕분에 이번 대표팀에 추가 발탁되며 생애 첫 성인 대표팀 승선에도 성공했다.
강상윤은 왕성한 활동량과 온 더 볼 능력, 센스를 바탕으로 주전 자리를 꿰차며 올해 K리그1 20경기를 소화 중이다. 중원 조합에 고민을 갖고 있던 전북도 강상윤-박진섭-김진규 조합을 찾은 뒤 승승장구하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북 선배'이자 동아시안컵 MVP 출신 이재성의 후계자로도 기대받고 있는 강상윤. 그는 "축구를 시작할 때 국가대표가 목표였다. 처음에 기대도 하고 있었는데 아쉽게 발탁되지 못했다. 그래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는데 추가 발탁이 돼서 너무 기쁘다. 소중하게 얻은 기회인 만큼 더 간절하게 임할 생각"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재성도 후배 강상윤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 강상윤은 "(이재성은) 전북 유스일 때부터 항상 봐왔던 형이다. 언급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또 이번에 연락을 주셨다. 축하하고 지켜보겠다고 하셨다. 그런 동기부여로 더 잘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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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윤은 자신의 장점으로 활동량을 뽑았다. 그는 "내 장점은 볼 관리 능력과 공격적인 부분에서나 수비적인 부분에서나 수적 우위를 가져올 수 있게 해주는 점이다. 홍명보 감독님께서 그런 점을 좋게 생각해 주신 것 같다"라며 "훈련과 경기를 통해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만약 강상윤이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전북 중원이 홍명보호에 그대로 이식되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박진섭과 김진규는 지난 6월 A매치에서도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았던 자원들이다. 때에 따라 강상윤이 교체 투입되거나 혹은 다같이 선발로 나서는 그림도 가능하다.
우선 신예다운 당돌함으로 A매치 데뷔의 꿈을 키우고 있는 강상윤이다. 일각에서는 2004년생인 그가 내년 월드컵에 도전하기엔 너무 어리지 않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강상윤은 "말로 하기보다는 훈련장에서 증명해서 기회를 받고, 그렇게 되면 경기장에서 보여드리는 게 반론이 될 것 같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과연 그가 이제 곧 막을 올린 홍명보호의 전쟁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