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수형 기자] 초등학교 여교사와 제자 간의 감정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의 제작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논란 일주일 만에 제작 중단이 결정됐다.이와 같은 사안에 대중은 “도대체 어떻게 이걸 드라마화하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건 예술도 창작도 아닌, 명백한 범죄의 미화”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재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연인과 이별한 초등학교 여교사 임청아가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남성 캐릭터에게 호감을 느끼고, 이후 그가 자신의 초등학생 제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제작사는 지난달 드라마화를 공식 발표하며 연출과 작가까지 확정했으나, 캐스팅과 편성은 미정인 상태였다.
하지만 "교육 현장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설정",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콘텐츠"라는 교육계의 우려와, 이에 공감한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제작사 메타뉴라인은 4일, “최근 제기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드라마 기획 및 제작을 중단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OSEN DB.
앞서 교육계에선 “이건 창작이 아닌, 범죄의 미화다”라며 분노, 이번 사안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육계 주요 단체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1일 교총은 “교사는 학생과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에 임하는 존재다. 그 지위를 이용해 미성년 제자와 사적 감정을 나누는 서사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명백한 그루밍 범죄의 미화”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런 드라마가 방영된다면 현실 속 아동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흐릴 수 있고, 아역 배우에게도 심리적·정서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상업적 이익을 위해 아동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에는 전교조 초등위원회도 “전국 초등 교사들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며 “이 콘텐츠는 교사와 학생 간의 윤리와 아동 보호 원칙을 훼손하며, 교육 현장을 희화화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특히 “성인 교사와 초등학생 사이에 등장하는 ‘설렘’이나 ‘위로’ 등의 감정선은 로맨스로 오독될 수 있고, 이는 부적절한 관계를 정상화하거나 미화하는 위험한 시도”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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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반응도 싸늘했다. “기획 자체가 문제였다”는 반응. 제작 중단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도, 온라인상에서는 “애초에 어떻게 이런 기획이 통과됐는지 의문”, “사제 간의 금도를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희화화한 행위”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쏟아졌다.네티즌들은 “드라마화는 중단됐지만, 이런 기획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다”, “무조건적인 창작의 자유가 아동 인권과 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콘텐츠에서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특히 강주호 교총 회장은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를 흥밋거리로 왜곡하는 건 교육을 희화화하는 행위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현장 교사들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하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콘텐츠 제작 윤리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콘텐츠 논란을 넘어, 창작의 자유와 아동 인권 보호 사이의 균형, 그리고 교육의 신뢰 회복이라는 더 깊은 화두를 남기며 막을 내렸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같은 논란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회 전반이 윤리적 감수성과 책임감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메타뉴라인이 제작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앞으로 더욱 책임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번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진정성 있는 반성과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