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울수록 시원해지는 이색 동굴. 한여름에도 영상 15도를 넘지 않는 별천지. 충남 보령에 있는 냉풍욕장이 지난달 27일 문을 열고 관광객을 맞았다.
보령시 청라면 성주산 자락에 있는 냉풍욕장은 지하 300~400까지 이어진 갱도에서 나오는 찬 공기를 이용해 만든 시설이다. 관광객들은 200m 길이의 (모의) 갱도를 걸으며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 바람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지하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갱도에 설치한 바람개비가 거세게 흔들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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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10~15도 유지…외부 더울수록 강한 바람
냉풍욕장 내부는 연중 10~15도를 유지한다. 한여름 바깥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는 점을 고려하면 온도 차가 20~25도까지 벌어진다. 더울수록 내부가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구조다. 기온 차로 인해 공기밀도가 높은 찬 공기가 낮고 따뜻한 쪽으로 이동하는 데 이때 공기가 서로 순환하면서 바람이 발생한다. 밖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이 더 세게 분다고 한다.
냉풍욕장은 보령의 고된 근대사를 담고 있다. 차령산맥 줄기인 보령 성주산은 무연탄 생산지로 유명했다. 한때 전국 무연탄 생산량의 13%가 이곳에서 나왔다. 보령 경제를 먹여 살릴 정도로 큰 역할을 차지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석탄산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1989년 덕성광업소를 시작으로 1992년 영보탄광이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보령시는 광산이 문을 닫은 뒤 시설 운영을 고민하다 연중 일정한 온도의 바람을 이용해 양송이 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다 주민을 위해 광산 입구를 임시로 개방했는데 반응이 좋아 2016년부터 7~8월 두 달간 정기적으로 문을 열게 됐다. 올해가 꼭 열 번째 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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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타고 매년 20만명 넘게 방문
에어컨 바람에 익숙한 관광객은 지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자연 바람을 쐬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에어컨 바람은 한 시간만 쐬어도 머리가 아픈데 보령 냉풍욕장은 온도가 더 낮은데도 담요 하나만 있으면 몇 시간은 있어도 괜찮다고 한다. 이런 입소문이 돌면서 매년 20만명 정도가 보령 냉풍욕장을 찾는다. 광산이 문을 닫은 지도 30년이 넘어 바람의 질도 더 좋아졌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200m 정도다. 입구로 들어가서 바람이 불어오는 왼편으로 걸어가다 보면 무더위는 금세 사라지고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지난달 27일 개장한 냉풍욕장은 8월 31일까지 운영한다. 보령시는 관광객을 위해 버스킹 공연과 농촌체험 등 행사를 준비했다. 냉풍욕장 바로 옆 농특산물 직판장에서는 폐광의 바람을 이용해 재배한 양송이버섯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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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풍 활용해 양송이버섯 재배…저렴하게 판매
김동일 보령시장은 “올해는 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시작해 보령을 찾는 관광객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냉풍욕장을 찾는 방문객이 불편함이 없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