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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면 더 시원해진다…한여름에도 15도, 소문난 냉풍욕장

중앙일보

2025.07.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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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울수록 시원해지는 이색 동굴. 한여름에도 영상 15도를 넘지 않는 별천지. 충남 보령에 있는 냉풍욕장이 지난달 27일 문을 열고 관광객을 맞았다.
충남 보령시 청라면 '보령 냉풍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담요를 두르고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냉풍욕장은 한여름에도 평균 10~15도의 온도가 유지된다. 신진호 기자
보령시 청라면 성주산 자락에 있는 냉풍욕장은 지하 300~400까지 이어진 갱도에서 나오는 찬 공기를 이용해 만든 시설이다. 관광객들은 200m 길이의 (모의) 갱도를 걸으며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 바람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지하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갱도에 설치한 바람개비가 거세게 흔들릴 정도다.



연중 10~15도 유지…외부 더울수록 강한 바람

냉풍욕장 내부는 연중 10~15도를 유지한다. 한여름 바깥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는 점을 고려하면 온도 차가 20~25도까지 벌어진다. 더울수록 내부가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구조다. 기온 차로 인해 공기밀도가 높은 찬 공기가 낮고 따뜻한 쪽으로 이동하는 데 이때 공기가 서로 순환하면서 바람이 발생한다. 밖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이 더 세게 분다고 한다.

냉풍욕장은 보령의 고된 근대사를 담고 있다. 차령산맥 줄기인 보령 성주산은 무연탄 생산지로 유명했다. 한때 전국 무연탄 생산량의 13%가 이곳에서 나왔다. 보령 경제를 먹여 살릴 정도로 큰 역할을 차지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석탄산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1989년 덕성광업소를 시작으로 1992년 영보탄광이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충남 보령시 청라면 '보령 냉풍욕장'에 설치된 온도계가 영상 11.8도를 기록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보령시는 광산이 문을 닫은 뒤 시설 운영을 고민하다 연중 일정한 온도의 바람을 이용해 양송이 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다 주민을 위해 광산 입구를 임시로 개방했는데 반응이 좋아 2016년부터 7~8월 두 달간 정기적으로 문을 열게 됐다. 올해가 꼭 열 번째 개방이다.



입소문 타고 매년 20만명 넘게 방문

에어컨 바람에 익숙한 관광객은 지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자연 바람을 쐬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에어컨 바람은 한 시간만 쐬어도 머리가 아픈데 보령 냉풍욕장은 온도가 더 낮은데도 담요 하나만 있으면 몇 시간은 있어도 괜찮다고 한다. 이런 입소문이 돌면서 매년 20만명 정도가 보령 냉풍욕장을 찾는다. 광산이 문을 닫은 지도 30년이 넘어 바람의 질도 더 좋아졌다고 한다.
김동일 보령시장(왼쪽)이 지난달 27일 냉풍욕장 개장식을 마친 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보령시]
관광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200m 정도다. 입구로 들어가서 바람이 불어오는 왼편으로 걸어가다 보면 무더위는 금세 사라지고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지난달 27일 개장한 냉풍욕장은 8월 31일까지 운영한다. 보령시는 관광객을 위해 버스킹 공연과 농촌체험 등 행사를 준비했다. 냉풍욕장 바로 옆 농특산물 직판장에서는 폐광의 바람을 이용해 재배한 양송이버섯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냉풍 활용해 양송이버섯 재배…저렴하게 판매

김동일 보령시장은 “올해는 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시작해 보령을 찾는 관광객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냉풍욕장을 찾는 방문객이 불편함이 없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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