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포항, 이석우 기자] 4일 포항 스틸러스 송라클럽하우스에서 기성용 입단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FC서울을 떠나 포항스틸러스로 이적한 기성용은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국내 구단 이적을 결정했다.기성용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7.04 / [email protected]
[OSEN=정승우 기자] 한국 축구의 중원을 지켜온 기성용(36, 포항 스틸러스)이 경력의 마지막 장을 향해 조용히 나아가고 있다. 오랜 시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베테랑은, 그 누구보다 차분하게 자신만의 마침표를 준비 중이다.
4일 포항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기성용은 “이번 시즌이 선수 생활의 끝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다. 동계훈련부터 그런 각오로 임해왔다”라고 밝혔다.
물론 “후반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단서도 남겼지만, 전체적인 어조에서는 은퇴를 이미 마음 깊숙이 받아들였다는 인상이 뚜렷했다.
FC서울과의 10년 인연을 끝맺고 포항과 2025시즌까지 계약을 맺은 그는 “서울에선 더 이상 나의 자리가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를 다시 운동장으로 끌어낸 건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딸이 ‘왜 아빠는 축구를 안 하느냐’고 묻더라. ‘이젠 나이가 많아서 그런다’고 했지만, 납득하지 못했다. 경기장에서 뛰는 멋진 아빠의 모습을 한 번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표팀 은퇴도 마음 한 켠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 2019년 AFC 아시안컵에서 부상으로 조기 이탈한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그는 “그렇게 끝나버리면 평생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포항을 새 둥지로 택한 배경에는 익숙한 사람들이 있었다. 박태하 감독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국가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인연이고, 김성재·김치곤 코치는 서울 시절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료다. 신광훈 역시 유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함께한 동반자다. 기성용은 “포항은 팀 특유의 색깔이 분명하고, 훈련 분위기도 집중도가 높다. 영국 시절이 떠오를 정도”라며 웃었다.
포항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그가 입단하며 출시된 유니폼은 팝업스토어에서 오픈과 동시에 완판됐고, 온라인 물량까지 포함해 약 700벌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기성용은 “서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지만, 포항에서는 처음부터 열렬한 환영을 느꼈다. 연고도 없는 지역인데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컨디션도 점차 올라오고 있다. 지난 4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했지만, 그는 “이제는 회복이 끝났다. 부상 전보다 몸이 더 가볍다”라고 밝혔다. 박태하 감독도 “몸 상태만 괜찮다면 출전 기회를 줄 계획”이라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빠르면 19일 열리는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22라운드에서 데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기성용은 “지금은 운동장에서 뛰는 그 한순간 한순간이 정말 소중하다. 서울에서 단 1분만이라도 뛸 수 있었다면 이렇게 이적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곳 포항에서는 남은 시간을 진심으로 아끼며 마지막을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