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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반바지’ 90년 고집 꺾었더니…한신 7연승 신바람, 2위와 6.5게임차

OSEN

2025.07.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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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타이거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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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 또 이겼다. 7연승이다. 성미 급한 사람들은 벌써 우승 얘기를 꺼낸다.

한신 타이거스의 상승세가 무섭다. 7월 들어 연전연승이다. 라이벌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주중 3연전(1~3일)을 싹쓸이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요코하마 원정도 순항 중이다. 이틀(4~5일) 동안 DeNA 베이스타즈를 압도했다. 첫날(4일) 7-1. 어제(5일)는 3-0으로 이겼다. 외국인 투수 존 듀플란티어가 3안타 완봉승의 개가를 올렸다.

덕분에 센트럴리그 선두를 질주한다. 2위 히로시마 카프와 승차는 무려 6.5게임으로 벌어졌다. ‘어게인 2023’을 꿈꾸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38년 만의 재팬 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2년 전의 추억을 떠올린다.

사실 2~3주 전만 해도 한신은 비틀거렸다. 교류전에서 6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위기설이 나도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갑자기 팀이 좋아졌다. 답답하던 타격이 시원하게 터진다. 1점 차 승부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매끄러운 수비가 고비마다 빛을 발한다.

갑자기 달라졌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도 바빠진다.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대부분 일리 있는 얘기들이다. 하지만 뻔한 소리다. 딱히 무릎을 치게 만들지는 못 한다.

그런 와중이다. SNS 댓글 하나가 주목을 받는다. ‘반바지 덕분’이라는 주장이다. 왠지 그럴듯하다. 확실하게 눈에 띄는 변화였기 때문이다.

한신 타이거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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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이다. 요미우리와 홈 3연전이 열리는 날이다. 한신 구단의 전격 발표가 이뤄진다. “반바지 봉인을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은 드레스 코드가 엄격했다. 90년 전통의 유서 깊은 명문 구단 아닌가. 감히 팬들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없다. 훈련 중에도 정식 유니폼을 차려입어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과하면 시대착오적이다. 더욱이 요즘 같은 더위에는 장사가 없다. 야외 구장(고시엔)을 홈으로 쓰는 팀에게는 너무 가혹한 날씨다. 도쿄돔의 요미우리도 2년 전부터 허용했다. 그러니까 한신은 NPB의 마지막 남은 반바지 금지 구단이었다.

그게 풀렸다. 후지카와 규지(44) 감독의 청원을 구단이 받아들인 형식이다. 그의 ‘쿨 피스(cool piece) 계획’은 3가지다.

①    원정 이동 시에는 반팔 폴로 티셔츠

②    원정 숙소-구장 이동에는 간편한 팀 웨어

③    경기 전 훈련에 반바지 허용

①    과 ②는 6월 말부터 시행됐다. 구단이 마지막까지 고심한 것이 반바지였다.

1일 요미우리 전을 앞둔 훈련 때다. 검은색 반바지가 첫 선을 보인다. 가벼운 차림의 타이거스 나인들이 게임 준비에 한창이다. 왠지 밝은 표정들이다.

그러더니 3연전을 모두 쓸어 담는다. 스코어도 모두 극적이다. 2-1, 1-0, 3-2. 한결같이 1점 차 승부를 잡아낸 것이다.

한신 타이거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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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일화가 있다. 히로시마 카프의 얘기다.

지난해 8월까지는 1위를 달렸다. 그런데 9월에만 20패를 당했다. 구단 사상 최악의 기록이다. 그러면서 4위로 내려앉았다.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결론은 분명했다. 혹서기 체력 관리에 실패한 탓이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 선수들이 많은 불만을 털어놨다.

그리고 올해는 달라졌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훈련 때는 반바지, 이동할 때는 간편 복장을 허용했다. 경기 일정도 바꿨다. 7월부터 9월까지는 낮 게임을 없앴다. 모든 홈경기를 야간에 치르기로 했다.

어찌 보면 한신은 이를 본보기로 삼은 셈이다.

가뜩이나 여름에 핸디캡이 있는 팀이다. 8월이면 긴 원정을 떠나야 한다. 2주 이상 홈구장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교야구 전국대회(고시엔 대회)가 열리는 탓이다.

물론 말이 ‘반바지 효과’다.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겠나. 모든 팀이 다 입는다. 유독 한신만 덕을 본다는 논리는 성립할 리 없다.

다만, 뭔가 척척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있다. 선수단의 요구 사항이다. 그걸 구단이 흔쾌히 허락해 준다. 공교롭게도 이런 과정이 상승세와 연결된다. 묘한 운의 작용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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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ail protected]


백종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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