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나토 총장, 미군 감축설에 "현재 논의 없어" 선긋기
NYT 인터뷰…아시아 재배치 가능성에 "유럽에 전력 공백 없어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미국 정부의 유럽 내 미군 감축 가능성과 관련, 현재 논의 중인 것은 없다며 선을 긋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향후 어떠한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전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5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러한 질문을 받고 "지금 (미 정부와) 감축에 대한 논의는 없다"며 "우리가 아는 것은 유럽이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력 규모와 관련, 우리 모두 유럽에 전력 공백이 없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아시아 쪽으로 더 많이 중심을 옮기기 위해 필요한 어떤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전력 공백이 없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것이 정확히 내가 미 행정부와 논의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앞서 지난달 나토 정상들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총 5%로 증액하기로 합의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에 사실상 화답한 이후 나온 것이다.
미국은 유럽 전역에 최대 10만명의 병력을 주둔해왔으며, 그중 2만명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배치된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이 병력의 일부를 세계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유럽 문 앞에서 러시아가 재기하며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 미국이 유럽에서 물러나고 있다'는 지적에 "미국은 유럽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유럽에 기대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 큰 규모로 우리의 방위를 책임지는 것이며, 이는 논리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의 계획은 유럽 국가들이 점진적으로 나토 영토의 방위 부담을 미국으로부터 더 많이 떠맡게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은 아시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중심을 옮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우리는 중국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연루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NYT는 뤼터 사무총장의 발언과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이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의향이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 그의 동기가 무엇이든, 뤼터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소외시키는 데 관심이 없다는 인상을 인터뷰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에서 '아빠'(Daddy)라는 표현을 쓴 것과 관련해 지나친 아부가 아니냐는 지적에 "칭찬받을 만한 사람은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통령으로 재선되지 않았다면 나토 회원국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인 국방비를 2035년까지 5%로 인상하는 데 결코 합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국방비를 GDP 대비 5%로 인상한다는 목표가 적절한지, 또 실현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엄청난 지정학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3개월 만에 나토 전체의 1년 생산량의 3배에 달하는 탄약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하진 않지만, 북한, 중국, 러시아 그리고 성직자들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와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나토 회원국 에스토니아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실시한 군사 훈련과 관련, 에스토니아가 침공당할 경우 미국이 지원에 나설 것이라 확신하느냐는 물음에는 "100%다.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사고방식을 지적하자,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외교정책팀이 있고, 유럽 방어는 곧 미국 방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과의 협력 중요도 강조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나토가 개입할 수 없게 러시아에 나토 공격을 요청할 것이라며, 러시아 저지를 위해 나토의 강력함을 유지하고 인도·태평양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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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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