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들이 가득찬 주차장을 레이싱카처럼 달려와 빠르게 회전한 뒤 빈 주차 칸에 쏙 자리잡는 기아 EV3. 그 아래에서 경쾌한 왈츠에 맞춰 한 쌍의 ‘주차 로봇’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내 빙글빙글 돌며 춤을춘다. 주차로봇은 옆칸에 있던 다른 EV3 밑으로 들어가 가뿐히 차를 들고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선보인 ‘기아 EV3 발레 파킹 기술PR’ 영상이다.
6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주차 로봇이 자동으로 EV3를 주차해주는 이 영상이 최근 글로벌 미디어와 인플루언서를 통해 확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영상이 처음 공개된 건 지난해 10월인데, 7개월이 지난 올해 4월부터 갑자기 조회수가 급증해 지금까지 확산세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해당 영상이 글로벌48곳 이상의 미디어와 커뮤니티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에 게시됐고, 영상 조회수를 집계하면 총 580만회 이상”이라고 소개했다.
“정말 인상적인 기술이다” “이 작은 로봇이 자동차를 옮기다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이 영상. 신속하고 완벽한 로봇 주차 기술을 선보이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현실에 기반한 인공지능(AI) 활용 영상이다. 총 41초분량의 유튜브 숏츠 영상 초반에는 ‘5x’라는 표시가 잠시 등장한다. 영상 속 주차 속도가 실제보다 5배 가량 빠르게 보인다는 의미다.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연출된 영상이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럼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AI가 만든 영상일까. 일단 현대차그룹이 ‘주차로봇 기술’을 보유한 건 사실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서울 팩토리얼 성수 건물에서 상용화된 주차 로봇을 공개했다. 얇고 넓은 직사각형 형태의 로봇 한 쌍이 차량 하부에 들어가, 양 옆에서 나오는 로봇팔로 바퀴 및 차체를 고정해 자유롭게 이동하는 로봇이다. 이 로봇들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 등에서 완성차 제조 공정에 활용되고 있다. 화제가 된 영상이 제작된 주차장도 실제 존재하는 주차장을 촬영한 모습이다.
다만 주차 로봇의 움직임 속도나 춤을 추듯 빙글빙글 도는 모습은 컴퓨터그래픽(CG)와 AI를 활용해 만든 영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실제 존재하는 기술과 서비스에 AI를 접목해 실체성과 현실감, 재미까지 더해서 홍보 효과가 컸던 것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