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서 어머님(상인)이 ‘헐타(값이 싸다)’고 하시는데 당황했죠. ‘헐타? 낡았다(헐었다)는 이야긴가?’ 하면서요.” 국립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에서 사회언어ㆍ방언학을 연구하는 양민호(53ㆍ고향 전북) 교수가 2018년 처음 부산에 왔을 때 겪은 일화다. 그는 “이후 10년 가까이 부산에 사는 동안 이런 사투리는 아주 흥미로운 관찰ㆍ연구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6일 부경대에 따르면 양 교수와 같은 연구소 최민경(42ㆍ고향 서울) 교수가 쓴 『쓰잘데기 있는 사전:말끝마다 웃고 정드는 101가지 부산 사투리』가 오는 14일 출간된다. 출판은 부산 소재 인문ㆍ문화예술 독립출판사인 호밀밭 출판사가 맡았다. 1쇄는 800부 제작했다고 한다.
양 교수는 2018년, 최 교수는 2013년 부산에 와 부경대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언어·사회 연구자인 이들에게 부산시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강한 억양의 사투리는 더 각별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양 교수는 “‘단디’나 ‘쫌’ 같은 널리 알려진 말 이외에도 ‘양분식(돈가스 등 서양식 분식)’ 등 부산시민들이 사투리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면서 흔히 쓰는 말들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2022년 부산연구원 용역을 통해 ‘외지인이 보는 부산 사투리’라는 테마의 기획총서를 쓴 적이 있고, 이후 2023년 4월부터 TBN 부산교통방송에서 ‘배아봅시데이’라는 라디오 코너를 함께 진행해왔다. ‘배아봅시데이’는 '배워봅시다'는 뜻의 부산 사투리다. 최 교수는 이 코너에 대해 “말만 들어서는 의미 짐작이 어려운 ‘애살’(샘내고 잘하려고 하는 마음) 등 부산 사투리를 소개하는 시간”고 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 호응도 높았다고 한다.
이번에 두 교수가 발간하는 책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던 말 중 101가지 사투리를 추리고 어원과 용법 등을 설명한 책이다. 책 제목 가운데 ‘쓰잘데기’라는 말은 ‘쓸모·쓸데’를 뜻하는 사투리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사투리가 단순히 특정 지역의 말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사회ㆍ문화ㆍ경제적 가치는 물론 해당 지역 주민의 정체성 확립과 유지 등 ‘쓰잘데기’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우리하다’(묵직하고 뻐근한 통증이 인다는 뜻)처럼 사투리로 표현할 때 말맛이 더 사는 표현도 있다”며 “부산에 사는 이들은 물론 휴가철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도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