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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 근로자 아냐” 아나운서와 달리 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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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6 08:01 2025.07.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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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근로자지만, MBC 기상캐스터는 아니다.

비슷한 일을 해도 누구는 근로자이고, 누구는 아니다. 근로자로 인정되느냐 여부는 곧 강력한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와 직결된다.

6일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고 오요안나 등 MBC 기상캐스터 사건과 2020년 근로자로 인정된 KBS 아나운서 사건을 비교해 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요청해 받은 결과를 공개했다. 상반된 판단이 내려진 두 사례를 놓고 근로자성 판단 기준의 일관성을 점검해보자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계약된 프로그램 이외의 업무 수행을 했는지, 별도로 방송 출연을 했는지, 정해진 회의에 참여했는지 등이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가르는 주요한 차이점이라고 제시했다. 기상캐스터는 타 방송 출연이나 외부 영리 활동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KBS 아나운서와 달리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고용노동부는 지목했다. 또 원고 초안 작성 등에서 상당한 지휘 감독이 없었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기상캐스터를 근로자로 보지 않았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노무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본다.

이에 대해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는 “방송업의 특수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고 부수적인 요소로 근로자성을 부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유족들 역시 고용노동부의 판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근로자성 판단은 각종 근로기준법 보호 규정의 적용 여부를 가르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늘 논란의 중심에 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건 ‘근로자 추정 제도’ 도입이 검토되면서 관련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근로자 추정 제도가 도입되면 지금처럼 소송을 제기해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를 우선 근로자로 간주하고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김종윤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노무 제공자를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게 되면 무죄 추정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별다른 보완책 없이 시행될 경우, 사업자들이 해고 제한 등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고용을 줄이거나 플랫폼 사업 자체를 회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진 지금, 단순한 노사 이분법이나 일괄적 법 확장보다는 다양한 노동 형태에 맞춘 정밀하고 유연한 보호 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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