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시선2035] 30대의 ‘30년 후’와 50대의 ‘30년 후’

중앙일보

2025.07.06 08:02 2025.07.06 13:2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임성빈 경제부 기자
요즘 세상 서른 살은? 부모님에겐 ‘아직 인간이 덜 된 무언가’이자, 친척에겐 ‘진작에 결혼하고 애 한둘 있어야 하는’ 존재이며, 직장에선 ‘이제 막 껍데기를 깨고 나왔을’ 나이인데, 사회는 ‘버르장머리 없는 MZ’로 보고, 정치권에선 ‘애를 낳아야 하는데 안 낳는’ 이들이다.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유머를 살짝 섞어 정리한 ‘요즘 30살에 대한 인식’이다. 30세 전후의 청년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괴리된 기대를 보여준다. 한 편으로는 청춘의 미숙함을 이해해 주면서도, 결국엔 적극적으로 결혼과 출산에 나서줄 것을, 국가의 미래를 이어가 줄 것을 독려한다.

지난 5월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주민센터에서 아이를 안은 주민과 인사하는 모습. [뉴스1]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그동안 미래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앞면에 내세운 적이 거의 없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논의가 특히 그랬다. 결혼·출산과 이주 등 주요 인구 변화 현상에서 청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도, 관련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는 기성세대의 판단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만난 한 지방자치단체 청년 자문위원 A씨(34)는 “저출산 관련 회의에서 중년의 한 자문위원이 ‘출산한 사람에게 쌀 케이크를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걸 보고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책 제안을 해도 담당 공무원은 ‘잘 알겠습니다’ 끄덕이고 넘어간다”며 “청년 목소리를 들었다는 ‘기록 남기기용’ ‘답정너’ 회의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46.7세(중위연령)는 돼야 겨우 한국 사회에서 중간에 해당하는 어른이 되는 마당이다. 사회생활도 과거 청년보다 더 늦은 나이에 시작하고, 직장 생활도 짧게 짧게 하는 요즘 청년의 목소리가 기성세대에게 크게 들리지 않을 것이란 점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그럼에도 이제는 청년의 목소리를 중히 들어야 한다. 이들 눈앞에 거대한 저출산·고령화의 쓰나미가 다가왔다는 사실은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인구 변화는 경제·군사력·교육 등 국가 운명의 상당 부분을 좌우한다. 인구 감소 시대에 대응할 인구전략과 대안을 준비하는 중장기 기획에 청년을 빼놓는 것은 과거 실패를 반복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30대가 기획하는 30년 뒤의 미래와 50대가 그리는 30년 후가 같을 수가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만든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 자리를 폐지하고, AI(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 아래에 인구정책비서관을 두기로 했다. 1년 전 지난 정부가 운을 띄운 인구전략기획부 설립 문제는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이를 두고 정부가 인구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청년을 ‘애를 낳아야 하는데 안 낳는’ 이들로만 보지 말고, 이들이 어떤 미래에 살고 싶은지 직접 마이크를 쥐여줄 때다.





임성빈([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