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평균 25.1% 올랐다. 주식 보유자뿐 아니라 거시경제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리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론상 주가가 오르면 소비가 늘어 성장이 촉진된다. 이른바 자산효과다. 올해 초 상장 주식 시가총액 1963조원에서 지수가 25.1% 올랐으니 지수로만 따지면 주가 상승 이익이 대략 493조원이 된다. 전체 상장주식 중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비중이 약 50%라고 가정하면, 주가 상승 이익 493조원의 절반인 246조원 정도가 개인투자자의 자산 증가분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존 연구에서는 한국의 주가 상승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오히려 약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계자산 중 주식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해 체감 부(富)가 크게 늘지 않고 주식이 소비 가능한 부가 아니라 투자 혹은 투기 대상으로만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이 주가 상승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노후 대비 우려로 주식 수익의 소비 전환비율도 낮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투자 기반이 확대돼 중산층의 주식 보유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MZ 세대의 경우 주가 차익의 소비 전환율이 높은데다 고령층 자산가의 증가 역시 자산효과를 확대시킨다. 미국의 경우 주가 차익 1달러 상승 시 소비 증가가 종전 0.02~0.04달러에서 2020년대 이후 0.14~0.24달러로 높아졌다.
주가 상승은 설비투자도 증가시킨다.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고 자산가치 증가에 따라 부채비율과 신용도가 향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AI의 전방위적 확산으로 투자 효과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성장성이 기대되는 AI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진다. 반도체·데이터센터·소프트웨어 등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는 AI 분야 투자가 늘어날 때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잠재력이 확충됨은 자명하다.
주가 상승은 그 자체로서 직접 GDP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거시경제 효과가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시장 주변 여건이 변화하면서 성장에 플러스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주가 상승으로 자산이 100원 커질 때 소비가 1~2원만 늘어도 올해 민간소비가 0.2~0.4% 확대된다. 투자 증가 효과까지 합하면 더는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올해 연간성장률 1%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오를 때 소비 및 투자 증가 효과가 누적될 것이다. 아울러 주택 가격 안정을 통해 가계자산 내 금융자산의 비중이 점차 높아진다면 주가 상승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