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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강기계획

중앙일보

2025.07.06 08:14 2025.07.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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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1. “모든 초등학교는 이공계 석사급 이상의 학력을 가진 과학 교사 1명을 채용해야 한다.” 올 1월 중국 교육부가 내린 훈령이다. ‘기초 스마트 과학 기술’ 과목을 가르칠 이들 석·박사급 과학 선생님은 채용과 함께 정규직 대우를 받도록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기초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게 훈령의 취지다.

#2. 중국 대학에 ‘강기계획(强基計劃)’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기초 과학 강화 프로그램이다. 39개 주요 명문 대학에서 시행 중이다. 선발부터 다르다. 단순 가오카오(高考·수능) 성적만 따지지 않는다. 전국 규모의 수학 올림피아드, 물리 경진대회 등에서 은상 이상 딴 학생에게도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 ‘수학만 잘해도 좋은 대학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시안(西安)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로봇 수업을 받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학사 과정도 학교 자율에 맡긴다. 칭화(淸華)대학의 경우 3(학사)+2(석사)+3(박사) 학제로 운영된다. 베이징 대학은 본과 2학년 때부터 석사 과정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지도 교수도 이때 배정된다. 필수 과목을 아예 없애고 학생이 과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학교도 있다.

#3.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이 최근 인민일보와 회견했다. ‘우리는 연구개발(R&D) 분야에 한 해 1800억 위안(약 35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600억 위안(약 11조원)은 기초 과학에 투입한다’. 전체 매출의 약 20%를 R&D에 투자하고, 그 중 3분의1을 수익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초 과학에 할당한다는 얘기였다. 기초 과학이야말로 화웨이 혁신의 밑거름이라는 게 런 회장의 확고한 생각이다.

3개의 사례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 기초 과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중국에서 배출되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졸업생은 대략 500만 명. 미국의 10배 정도 된다. 박사급만 7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중국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강국 면모를 갖춰야 한다며 학교, 기업에서 ‘강기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2028년부터 수학 수능에서 미적분(심화)은 빠진다. 사교육을 유발하기 때문이란다. 수능에서 빠진 미적분을 공부할 학생이 몇이나 될까. 미적분은 인공지능(AI)의 기초다.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는 후퇴하고 있다. 그리고는 중국의 AI 발전에 놀란다. 화웨이가 수익도 나지 않는 분야에 그 막대한 돈을 퍼붓는 이유를 곰곰이 살펴야 한다.





한우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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