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대전 한남대 한국어교육원 강의실. 20여 명의 학생이 ‘은/는, 이/가, 을/를’ 등 한국어 조사를 배우고 있었다. 지난달 9일 개강한 ‘2025학년도 여름학기 한국어 연수’에 참가한 외국인 연수생들이다. 바깥 온도가 섭씨 32도였던 이날, 강의실은 학업 열기로 더 뜨거웠다.
“더워요” “더웠어요” “더웠지만” 등 ‘덥다’의 활용형을 따라 읽은 연수생들은 지급받은 태블릿PC에 단어를 써보고 문장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어는 쓰기도 어렵지만 말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존칭과 조사가 다양해 문장 만들 때 많이 틀린다고 했다.
한남대는 20여 년 전부터 한국어교육원을 설치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를 비우는 여름·겨울방학을 포함, 1년에 4차례 강좌를 운영 중이다. 현재 이번 여름학기 처음 등록한 128명을 비롯해 총 1086명의 연수생이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학부·대학원생까지 포함하면 외국인 학생이 총 2090명으로 대전·충남지역 대학 가운데 가장 많다.
연수생들은 각국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한국어를 배운 뒤, 현지 한국대사관 면접을 통과해야 한국행 비자(D4·6개월짜리)를 받을 수 있다. 한국에 와서 말하기·듣기·쓰기 등을 배우고 한국어능력시험(TOPIK) 5급 이상(최고 6급) 자격을 취득하면,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고 국내 대학 입학도 가능하다.
이날 만난 베트남 연수생 3명은 모두 국내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수도 하노이 인근 도시에서 왔다는 휀(20·여)은 IT(정보기술)나 미디어영상 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게 꿈이다. 한국 생활 1년여 만에 지금은 순두부찌개를 직접 해 먹을 정도로 한국문화에 익숙해졌다.
하롱베이가 고향인 민안(24·여)은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열성 팬이다. “한국 문화가 좋아서 왔다”고 말했다. TOPIK 5급반을 수강 중인 그는 내년 신학기 때 한남대 신입생으로 입학할 생각이다. 역시 1년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서니(20)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귀국해 한국기업에 취업하는 게 목표다.
한남대 이승철 총장은 “성적이 우수한 연수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취업 지원도 한다”며 “유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