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장관 후보자들에게 갖가지 의혹이 제기된다. 그런데도 당사자들은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전 관련 의문에 대한 해명을 국회 인사청문회로 미루더니 미흡한 해명에도 임명된 김민석 국무총리의 전례를 따르려는 건지 의심스럽다.
충남대 총장 출신인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거나, 자기 논문을 여러 학술지에 부당하게 중복 게재했다는 등의 의혹을 사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는 2022년 7월 국세청 차장직에서 물러난 뒤 세운 세무법인의 매출이 단기간에 급증해 전관 프리미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남편이 강원도 평창에 농지를 소유해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다. 모두 국무위원 후보자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으나 당사자들은 명확한 설명이 없다.
공직자의 논문 표절이나 농지법 위반은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하게 비난해 온 사안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지명 철회를 주장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 부친의 농지법 위반이 불거졌을 때 민주당은 비난을 쏟아냈고, 결국 윤 전 의원이 의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그런데 이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은 각종 의혹을 성실히 해명하지 않은 채 청문회 때 말하겠다는 식이다.
김 총리 임명 과정에서 국회 청문회는 사실상 통과 의례로 전락했다. 김 총리는 출처가 불분명한 6억원에 대한 소명을 요구받았으나 청문회가 열릴 때까지 숨겼다. 장모에게 받았다는 2억원은 청문회 직전에 증여세를 내놓고 뒤늦게 공개했다. 2억원을 투자해 월 450만원씩 받았다는 배추 농사 얘기도 청문회에서 꺼냈다. 그래놓고 의혹을 제기했던 야당 의원을 공격했다. 이재명 정부 첫 내각 검증이 무기력해진 데는 국민의힘의 책임도 크다. 107석을 가진 제1야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채 의혹이 터져 나와도 치열하게 파고들지 못한다. 중진들까지 당권 싸움에만 매몰된 모습이다. 그러니 정부·여당이 마음 놓고 무리한 인사를 강행한다.
정부 여당이 거대 의석을 믿고 검증 절차를 무시하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박순애 전 부총리 임명을 강행하면서 오히려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결국 박 전 부총리는 만 5세 입학 정책 등으로 거센 비난을 받다가 취임 34일 만에 사퇴했다. 현 정부도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을 셈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쥐었다고 첫 내각 구성부터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의혹을 묵살하고 지나가면 국민의 신뢰는 생각보다 빨리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