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 알 나스르)의 판단이 옳았다. 故 디오구 조타(향년 29세)의 묘지가 일부 몰지각한 팬들로 인해 폐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영국 '미러'는 5일(이하 한국시간) "조타의 묘지는 장례식 이후 역겨운 셀카를 찍는 사람들로 인해 빠르게 폐쇄됐다. 포르투갈 곤도마르에서 조타와 그의 형제 안드레 실바의 장례식이 끝난 뒤 일반인의 묘지 출입이 금지되는 부끄러운 장면이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조타는 최근 불의의 교통사고로 동생 안드레 실바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영국 'BBC'는 리버풀 구단과 스페인 현지 경찰 발표를 인용해 "조타가 스페인 자모라 인근 A-52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동생과 함께 사망했다"라고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현지 시각으로 3일 새벽 발생했다. 조타와 실바가 타고 있던 람보르기니 차량이 다른 차량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타이어가 터지며 도로를 이탈했고,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다. 차량은 전소됐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조타의 이번 사망이 더욱 안타까운 점은 그가 불과 약 열흘 전 오래된 연인인 루테 카르도소와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 둘은 2012년부터 교제를 시작했고,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다. 그리고 지난주 포르투갈 북부 브라가의 한 교회에서 정식으로 식을 올리며 부부가 됐다. 하지만 조타가 공유한 행복한 결혼식 영상은 그의 생전 소셜 미디어 마지막 게시글이 되고 말았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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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와 안드레의 장례식은 두 형제의 고향인 포르투갈 곤도마르에서 진행됐다. 둘은 곤도마르의 한 교회에 묻혔으며 많은 축구계 인사들이 비공개로 치러진 장례식에 참석했다.
버질 반 다이크, 브루노 페르난데스, 베르나르두 실바, 앤디 로버트슨 등 리버풀 동료들과 포르투갈 대표팀 동료들이 조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울버햄튼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던 후벵 네베스는 클럽 월드컵 일정을 마치자마자 미국에서 날아와 세상을 떠난 친구의 관을 운구했다.
다만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 호날두는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말도 안 된다. 우리는 방금 전까지 대표팀에 함께 있었고, 너는 이제 막 결혼했다. 가족과 아내, 자녀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세상의 모든 힘이 그들에게 닿길 바란다. 네가 항상 그들과 함께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디오구와 안드레, 편히 쉬기를. 우리 모두 당신을 그리워할 것"이라며 슬퍼했지만, 장례식엔 불참했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호날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가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이기적이라는 지적이 등장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동료들도 있는데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이 '노쇼'했다며 분노하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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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날두가 아무 이유 없이 동료의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미러는 "호날두는 자신이 작은 도시 곤도마르에 나타나는 게 장례식의 초점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최근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포르투갈 '헤코르드'도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 호날두가 두 형제의 장례식에 불참한 건 국제적으로도 큰 기대를 모았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었다. 이는 2005년 9월 그의 아버지 호세 디니스 아베이루가 세상을 떠났을 때 겪었던 감정적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개인적 문제로 설명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일부 추측과 달리 호날두가 단순히 동료를 저버리고 휴가를 즐기고 있다는 비난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던 것. 헤코르드는 "호날두는 과거 포르투갈이 러시아와 경기를 앞두고 모스크바에 머물던 중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을 통해 상황을 알게 됐고,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더욱 신중하게 추모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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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의 여동생 카티아 아베이루도 입을 열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상실의 고통 외에도 묘지에서 쏟아지는 카메라와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 맞서야 했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무덤을 부수고, 어디든 기어올라갔다. 묘지는 완전히 파괴됐다. 존중은 전혀 없었다. 조의를 표하려는 행동이 아니었다"라고 20년 전 아버지의 장례식을 언급했다.
또한 카티아 아베이루는 "우리는 한 번도 예배당을 떠날 수 없었다. 장례식이 치러질 때쯤 너무나 소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당시 대통령과 스콜라리 감독도 참석했지만, 그들을 본 기억이 없다. 그들은 분명히 저를 맞이해 줬지만, 고통에 눈이 멀었다. 그들은 같은 일을 겪기 전까진 고통과 가족, 진정한 지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막을 자세히 모르고 비판하는 일부 팬들과 언론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카티아 아베이루는 "모든 부재가 무례한 것도 모든 존재가 응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누군가 호날두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보내면 난 바로 차단하고 무시할 거다. 지친다. 아무것도 아닌 비난을 반복한다. 사회가 병들었다. 두 형제를 잃은 가족의 아픔에 경의를 표하기보다는 (현명한) 부재를 강조하는 TV 채널, 해설자, 소셜 네트워크의 모습은 터무니없이 부끄럽다. 유감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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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조타의 장례식에서는 우려했던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몇몇 몰상식한 관람객들이 조타의 묘지 앞에서 '셀카'를 찍기 시작하면서 논란을 빚은 것. 경찰 통제에도 질서가 지켜지지 않았다.
미러는 "수백 명의 축구 팬들이 곤도마르 거리에 나와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대다수는 정중했지만, 묘지가 대중에게 공개되자 경찰이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생겼다"라며 "경찰들은 묘지 근처에서 추모객들을 지켜보며 관리했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일부 방문객들이 무분별하게 사진을 찍으며 추모 분위기를 망치자 조타의 묘지는 빠르게 폐쇄됐다. 미러는 "조타와 안드레의 장례식이 끝난 직후 둘의 묘지는 대중에게 다시 개방됐다. 하지만 셀카를 남기려는 '무례한' 사람들이 들어가 사진을 찍어대면서 관계자들은 다시 문을 닫았다"라고 밝혔다.
호날두가 없었음에도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상황. 그가 장례식에 참석했다면 더 큰 혼란이 빚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존재가 추모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호날두의 판단이 옳았던 셈이다. 호날두는 과거 에이전트인 조르제 멘데스의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사인 요청에 시달리는 등 적절치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곤혹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