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6일 “안철수 의원이 ‘예측 불가능하다’, ‘당의 스탠스와 너무 달라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당 중진들의 우려가 컸다”며 “그런 반대를 뚫고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 주류의 입맛에 맞는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어떻게 절박한 과제인 혁신을 이루겠나. 중도적 시각을 갖춘 안 의원을 최적임자로 봤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절박하다”는 송 위원장의 말처럼 국민의힘의 상황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뒤이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6·3 대선 패배를 거치며 벼랑 끝에 놓여 있다. 107석 소수 야당이 된 데다 당 지지율은 4일 한국갤럽 전화면접조사 기준 더불어민주당 46%, 국민의힘 22%로 민망한 수준까지 벌어졌다. 이에 “더 밀리면 당의 존립이 위협받는다”(수도권 의원)는 위기감 마저 감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송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혁신위의 성공적인 안착과 8월 차기 전당대회 준비, 거대 여당의 강공에 맞선 소수 야당의 단일대오 유지 등 숱한 난제가 그 앞에 놓여있다. 스스로 “자다가도 벌떡벌떡 잠에서 깬다”고 말할 정도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원내대표 선출 뒤 20일이 지났다.
A : “쏜살같았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야당을 협치는커녕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근심 때문에 잠을 설친다.”
Q : 지지율이 민주당에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열세다.
A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난, 지지율 허니문 기간이지 않나. 이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이던 국민 중 일부가 정부 출범 뒤 일시적으로 호의적으로 돌아선 면도 있는 것 같다. 하루빨리 반전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Q : 반전이란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나.
A :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완패했지만, 와신상담을 거쳐 재정비했고 결국 2021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완승해 분위기를 바꾸지 않았나. 우리의 반전 분기점은 내년 6월 지방선거다.”
Q : 혁신위가 옛 친윤계 등을 과감한 인적 쇄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A : “더 중요한 건 당의 체질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인적 쇄신은 다양한 인재들을 충원해 분위기를 일신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누구를 단죄한다거나 청산한다는 식은 안 된다. 계파 간 갈등만 커져 자칫 당의 기반이 허물어질 수 있다.”
Q : ‘3%룰’ 포함 상법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A : “‘우린 합의 안 할 테니 여당 마음대로 하라’고 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여당은 3%룰은 물론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독소조항을 포함해 강행 처리할 것이고, 이는 국가 경제와 기업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특히 집중투표제는 기업을 기업사냥꾼에 내던지는 해악이 너무 크다고 봤다. 최악을 막으려 합의했다.”
Q : 상법 개정안에 국민의힘 의원 51명이 반대 또는 기권한 건 지도부에 대한 반발 아닌가.
A : “그렇지 않다. 최악을 막기 위해 합의했지만,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했기에 일부러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 몇몇 의원들은 지도부가 협상 과정에서 수고했다는 의미로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Q : 각종 논란 속에도 김민석 총리가 임명됐다.
A : “괴물 독재의 서곡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대통령 자체가 전과 4범이다 보니 이 정권의 인사 기준도 무뎌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 김 총리는 윤 정부 시절 이른바 ‘줄 탄핵’의 선봉에 섰다. 김 총리를 임명한 건 전 정권에 타격을 준 데 대한 일종의 보은성 아닌가.”
Q : 추경안도 표결에 불참했다.
A : “민생회복 소비쿠폰, 묻지마식 빚 탕감에 치우친 낙제점 추경이다. 지금 도처에 국민들이 겪는 더 실질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그런 것을 젖혀두고 일회성 돈을 뿌리는 걸 민생 대책이랄 수 있나.”
Q : 주요 국면마다 야당이 맥없이 물러서는 것 아닌가.
A : “민주당은 ‘의석 절대 반지’를 끼고 있지 않나. 우리 당은 당분간 ‘무력하다, 맥없다’는 말을 계속 들을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최악을 막는다는 자세로 가야 한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 초기부터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Q : 이상 신호란 어떤 걸 말하나.
A : “당초 정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고 바람을 잔뜩 넣어 놨지만, 정작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못 만나고 있다. 관세 협상도 대체 뭘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안개 속이다. 북한 평산에서 방사성 폐수가 서해로 유입되고 있다는 의혹이 커져 어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이 대통령은 일언반구도 없다.”
Q : 윤석열 전 대통령 외에 일부 야권 인사도 특검 수사 선상에 거론되면서 동요가 심상찮다.
A : “만약 특검이 야당을 말살시키려는 목적으로 정략적 수사를 한다면, 우리는 최고 강도로 맞서 싸울 것이다. 다만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정상적 범주의 수사라면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Q : 윤 전 대통령과 더 과감하게 단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A : “윤 전 대통령은 탈당 후 자연인 신분이고 우리 당과 무관하다. 지금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하고 조사받는 상황에서 우리 당 의원들이 따로 찾아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의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2018년 김천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뒤 내리 3선 했다. 국회 예결위 간사, 기획재정위원장을 거쳤고, 원내수석 등 주요 당직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