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첫 번째 소환조사 피의자로 이응근 전 삼부토건 대표를 불렀다. 이 전 대표를 첫 소환 대상자로 낙점한 건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 참석자이기도 하지만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어서다. 향후 삼부토건 윗선과 국토교통부, 대통령실 및 김건희 여사를 향해 차례로 수사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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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는 “모른다”는 입장…윗선 수사 발판 될까
특검팀은 지난 4일 오후 이응근 전 삼부토건 대표를 소환해 약 10시간 동안 심야 조사를 벌였다. 지난 2일 수사 개시 이후 첫 조사이자, 삼부토건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인 지 하루만의 피의자 조사다. 이 전 대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2023년 5월 22일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당사자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한 피의자 8인(법인 3곳 포함)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를 상대로 폴란드 포럼에 참석하게 된 경위 및 활동 내용을 캐물었다고 한다. 다만 김건희 여사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앞서 금감원 조사에서부터 “순수하게 회사 내부의 활동으로 알고 포럼에 다녀왔고 의혹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었고 특검 조사에서도 이같은 진술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전 대표 등 실무 경영진 조사를 발판으로 대주주인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으로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앞서 폴란드 출장에 동행한 한 삼부토건 직원은 금감원 조사에서 “이 전 대표가 조 전 회장에게 출장 관련 내용을 유선으로 실시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조 전 회장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해 보고를 받은 정황이 나온 셈이다. 따라서 조만간 특검이 조성옥 전 회장을 소환해 삼부토건의 포럼 참여 경위에 대해 캐물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삼부토건 관계자 조사를 통해 폴란드 출장에 ‘외부의 입김’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건 특검이 당면한 과제다. 이를 위해 특검이 이 전 대표, 조 전 회장을 포함해 이미 입건된 피의자 5명의 진술을 바탕으로 원 전 장관까지 수사망을 넓혀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약 7개월간 조사 끝에 조 전 회장 등 5인이 인위적인 주가 부양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결론지었지만, 원 전 장관이나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수사 확대에 앞서 압수수색 자료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이 전 대표를 재소환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일 특검은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 본사 등 회사 6곳과 피의자 7명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아직 압수물 분석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다. 만일 압수물 분석 후 앞서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은 포럼 참여의 배경이 나온다면 국토교통부를 향해 수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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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5배 뛴 77위 건설사…김건희 여사 개입 의혹
앞서 삼부토건은 2023년 5월 22일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국제콘퍼런스에 참여한 뒤 ‘우크라이나 테마주’로 분류돼 두 달여 만에 주식이 5배 이상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2023년 국토부의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77위인 삼부토건이 우크라 재건의 핵심 기업으로 지목된 데 대해 배경을 둘러싸고 의혹이 일었다.
특검팀은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해외 기업들과 MOU를 체결하며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웠고, 이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또 주가를 띄우는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삼부토건과 김 여사 사이의 연결고리를 했는지도 규명이 필요하다. 이종호 전 대표는 2023년 5월 14일 ‘멋쟁해병’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글을 올려 이종호 전 대표가 삼부토건의 주가상승을 사전에 알았을 것이란 의혹이 나왔다. 순직 해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5일 단톡방 멤버인 해병대 예비역 5인 중 대통령 경호처 출신 송모씨와 경찰 출신 최모씨를 서초구 모처에 불러 3시간가량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