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때 최측근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신당 창당을 발표하자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6일(현지시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州)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기 전 공항에서 취재진에 "제3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3 정당 창당은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트루스소셜에는 "머스크가 지난 5주간 탈선한 열차처럼 통제 불능이었다"고 적었다.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캠프에 2억 7700만 달러(약 3782억원)의 정치 자금을 지원했던 머스크는 대선 후 그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의 국정 의제를 실현할 핵심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입법에 강하게 반대하며 결별했다. 머스크는 이 법안이 결국 정부 지출을 과도하게 늘릴 거라고 보고 있다.
머스크는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 트럼프가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서명하면서 공식 법률로 제정하자 이에 반발해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5일 X(옛 트위터)에 "오늘 '아메리카당'이 여러분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반 트럼프·비 민주당 세력을 흡수해 상·하원 의석을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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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창당, 어려워 다들 주저"
그러나 양당제가 강력한 미국 정치판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신당을 만들기란 어렵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CNN은 "미국에서 제3당을 만들려는 노력은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짚었다.
미국에서 창당은 재정적으로나 법적으로 어렵다. 일단 제도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 선거는 승자 독식 체제다. 유권자들이 먼저 투표를 하고, 유권자 투표에서 우세한 후보가 선거인단 표 전체를 갖는다. 이 때문에 제3당이 성과를 내기 힘들다. 1992년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 정치인 로스 페로가 민주당·공화당 모두를 비판하며 대선에 나왔지만, 유권자 전체 투표에선 19%를 얻었음에도 승자독식제 때문에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한 주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유권자들은 제3당 당원 가입을 주저하기 마련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간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성공적인 제3당 창당을 꿈꿨지만, 수많은 장벽에 부닥쳤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 등이 무소속 대선 출마나 창당을 모색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신규 정당 등록과 관련한 요건이 주(州)마다 다르고 일부 주에선 지역 주민의 서명 청원서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에서 정당 등록을 하려면 유권자의 0.33%(약 7만5000명)가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110만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또 정당을 유지하려면 0.33% 조건을 계속 유지하거나 주 선거에서 최소 2% 득표해야 한다. NYT는 "창당에는 복잡한 자격심사 절차를 요구하는데, 머스크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스크의 신당이 돌풍을 일으켜도 민주·공화 양당의 방해 공작이 예상된다. 주 단위에서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식이다.
당을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정치 자금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제3당의 돈줄은 머스크뿐인데, 머스크가 슈퍼팩(정치자금 모금단체)을 통해 자금을 댈 경우, 공식적으론 당ㆍ후보 등과는 독립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한계도 있다고 CBS는 전했다.
머스크의 창당 선언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6일 CNN에 "테슬라 이사회가 그의 창당 선언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치가 아니라 사업 활동에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머스크의 사업은 수십억 달러 규모 정부 계약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와의 불화는 머스크의 사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지난 1일 트럼프는 "머스크의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가 수주한 220억 달러(약 30조원) 정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