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킬리안 음바페(26·레알 마드리드)가 눈부신 골 뒤에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클럽 월드컵 8강전에서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골망을 흔든 그는 환호보다 먼저 애도의 몸짓을 택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며칠 전 세상을 떠난 디오구 조타(리버풀)였다.
음바페는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8강전서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기록하며 소속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득점 직후 그는 기쁨 대신 차분하고 무거운 표정을 짓고 곧장 사이드라인으로 향했다.
그는 두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펼친 뒤 손가락으로 숫자 ‘20’을 표시했다. 고 디오구 조타가 리버풀에서 달았던 등번호였다. 이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제스처로 애도의 뜻을 전한 음바페의 모습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경기 종료 후 음바페는 해당 세리머니 장면이 담긴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직접 게시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조타를 향한 깊은 존경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타는 지난 3일 스페인 자모라 인근 A-52 고속도로에서 안타까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폐 수술 이후 항공기를 대신해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타이어가 파열돼 차량이 도로를 이탈했고, 불길에 휩싸인 채 전소되는 참변으로 이어졌다. 차량엔 그의 동생 안드레 실바도 함께 타고 있었으며, 두 형제는 현장에서 모두 숨졌다.
조타는 사망 불과 열흘 전 결혼식을 올렸고 세 자녀의 아버지였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리버풀은 물론 축구계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에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힐스버러 참사 추모비 앞엔 조타의 유니폼과 꽃다발, 손 편지들이 쌓이고 있으며 라이벌 구단 팬들까지 슬픔을 함께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버튼 서포터들도 조타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과 머플러를 기증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리버풀 아르네 슬롯 감독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충격적이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우리는 그의 골을, 그의 열정을, 그가 뛰던 순간을 기억하고 노래할 것이다. 조타는 영원히 리버풀의 일부다”라고 밝혔다.
호날두 역시 SNS를 통해 “말이 안 된다. 너는 이제 막 결혼을 했고, 대표팀에서도 함께였는데…”라며 조타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또한 “조타는 단지 훌륭한 선수만이 아니었다. 국민을 대표해 그의 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공식 메시지를 남겼다.
조타는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2020년 리버풀에 입단한 뒤 182경기 65골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FA컵, 리그컵 우승을 함께했다. 한 달 전엔 포르투갈 대표팀의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그러나 그 모든 영광의 장면 뒤로, 축구 인생의 여운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가슴 아프게 멈춰섰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