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초단시간 근로자·N잡러(두 개 이상의 직업이나 일을 병행하는 사람)도 일정 소득 이상이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가 30년 만에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근로시간 기준에서 소득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도 실제 받은 보수를 기준으로 변경돼 지급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용보험 적용기준이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바뀐다. 적용기준이 바뀌는 것은 고용보험 도입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과거와 달리 하나의 직장에서 장시간 일하기보다, 여러 곳에서 짧게 일하는 형태의 일하는 방식이 늘어난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기존에는 한 사업장에서 소정 근로시간(주 15시간, 월 60시간) 이상을 일할 때만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여러 사업장에서 일해 총 근로시간이 60시간을 넘더라도 한 사업장에서 60시간 이상 일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N잡러나 초단시간 근로자들은 그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웠다.
또한 현장에서는 근로시간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가입 대상임에도 사업주가 고의로 신고하지 않거나 누락해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소득을 기준으로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두 곳 이상 사업장에서 일해 각각의 소득은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합산 소득이 기준을 넘으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당연가입자는 아니고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임의가입자 대상이다. 기준이 되는 소득 금액은 차후 논의를 거쳐 시행령에 반영될 예정으로, 19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직종의 기준인 월 80만원 수준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또한 국세청의 전산 자료를 활용해 고용보험 미가입자를 확인할 수 있어 가입 누락을 줄일 수 있다. 앞으로 국세청이 구축 중인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와 연계하면 미가입 근로자를 매월 확인해 직권으로 가입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
구직급여 산정 기준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했지만, 앞으로는 이직 전 1년간의 실제 보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또한 실업급여도 실제 보수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행정 절차가 간소화되고 지급 시기도 빨라질 전망이다.
이번 법안은 이들 중 그동안 소득이 기준에 못 미쳐 가입하지 못했던 미가입자들이 고용보험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배달라이더,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등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을 신고하는 노무제공자들은 여전히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들은 규모조차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최소 170만명에서 최대 800만명까지로 추산하고 있다.
향후 이들 모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공약인 ‘전국민 고용보험’의 핵심 목표다. 다만 그동안 고용보험을 내지 않던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발이 적지 않다. 또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이직이 잦은 만큼 고용보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 측은 “이들은 사업주가 별도로 소득을 신고하는 구조라 임금 근로자처럼 국세 정보가 없어 곧바로 추진이 어렵다"며 “또, 어떤 사업주에게 어떤 방식으로 소득을 파악해 보험료를 부과할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