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관세 협상이 오는 20일 치르는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각국에 관세 서한을 보낼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당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를 압박하면서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6일 NHK와 후지TV 방송에 출연해 “안이한 타협은 않는다”며 대미 관세 협상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간 일본 정부가 고수해 온 자동차 관세 철폐 입장을 이뤄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NHK 일요토론에서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불공평’ 문제에 대해 “어디가 어떻게 불공평한 건지 하나하나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며 “동맹국이라도 할 말은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세계 최대 투자국이자, 고용창출국이다. 다른 나라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의 이런 강경 발언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공세를 올렸다. “9일까지 (미·일) 정상 간에 협의하면 타개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전화 회담이라도 좋으니 진행하길 바란다”면서다. 노다 대표는 또 “적어도 상호관세를 10%로 하고 연장전에 들어가도록 교섭해줬으면 좋겠다”며 이시바 총리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상호관세 유예 기간 연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시바 총리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사이토 테쓰오(斉藤鉄夫) 대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와 비교한 발언을 들며 “간과할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당수 토론에서 이시바 총리는 방위비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미국이 구체적인 요구는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우리나라의 판단으로 결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유일한 동맹국이기에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지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한다”며 “육·해·공의 어떤 것을 얼마나 늘릴지는 전체 최적을 보면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참의원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 역시 이시바 총리에게 불리하게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라는 목표 달성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임기 6년의 참의원(총 248명)은 3년마다 한 번씩 절반을 교체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선출되는 참의원은 총 125명이다. 기존 의석이 75석에 달하는 만큼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선 50석을 채우면 된다.
하지만 마이니치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민 단독으로 40석대에 도달할지 미묘하다”며 “의석이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특히 32개 의석이 걸린 1인 선거구에서도 자민당이 우위에 있는 곳은 9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보수 성향 지지층이 최근 ‘일본인 퍼스트(우선)’를 내걸고 있는 참정당 지지로 돌아선 데 따른 의석 감소로 풀이됐다. 마이니치는 “자민·공명 양당의 획득 의석이 50석을 밑돌게 되면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소수 여당’으로 전락해 이시바 시게루 정권은 끝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