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기·RPG·드론 등으로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 공격
선원들 배 버리고 탈출…친이란 후티 반군 소행 추정
홍해 지나던 화물선 피격…'글로벌 물류동맥' 긴장 고조(종합)
개인화기·RPG·드론 등으로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 공격
선원들 배 버리고 탈출…친이란 후티 반군 소행 추정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전명훈 기자 = 홍해를 지나던 화물선이 후티 반군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공격을 받았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선원들이 침몰 위기에 몰린 배를 버리고 탈출해야 했다.
만약 이번 공격을 후티 반군이 한 것이 맞다면, 작년 말 이후 한동안 중단됐던 후티 반군의 홍해 통과 상선 상대 공격이 재개됐다는 얘기가 된다. 글로벌 무역로인 홍해 일대 위험과 해운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라이베리아 선적이며 그리스 업체 '스템시핑'이 운용하는 벌크선 '매직 시즈'(Magic Seas)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의 호데이다 항구에서 남서쪽으로 94㎞ 떨어진 홍해 해역을 통과하던 중 공격을 받았다.
통신은 공격 주체는 즉각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공격 수법 등으로 보아 예멘 후티 반군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 더워존은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계속되는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을 들며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와 영국의 해상 보안업체 암브레이의 발표문을 인용해 소형 보트 8척이 매직 시즈에 개인화기와 로켓추진유탄(RPG)으로 공격을 시작했으며 매직 시즈의 무장경비원들은 이에 응사했다고 전했다.
해상보안업체 디아플러스 앤드 암브레이는 별도 발표문에서 첫 공격과 응사 이후 수상드론(USV) 4대와 미사일을 동원한 공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수상 드론 중 2대가 배의 좌현에 맞아 화물이 손상됐다고 암브레이는 덧붙였다.
매직 시즈는 공격으로 불이 붙었으며 침수가 시작됐으며, 이에 따라 선원 전원이 배에서 탈출했고 근처를 지나던 다른 상선에 구조됐다. 다친 선원은 없었다.
매직 시즈 소유주인 해운사 '스템시핑'의 마이클 보도우로글루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수 차례 이어진 공격에 선원들이 공포에 질렸다"며 "처음엔 후티인지 해적인지 알 수 없었으나 나중에는 분명해졌다. 갈수록 인원이 늘어나고 미사일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선원들이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매직 시즈가 후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후티 반군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을 재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워존과 FT 등에 따르면 친(親)이란 성향인 예멘 후티반군은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자, 하마스와 연대한다는 명분으로 같은 해 11월부터 작년 12월까지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들에 대해 100여회의 공격을 가했다.
이 기간에 후티반군은 배 2척을 침몰시키고 1척을 나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선원 4명 이상이 숨졌다.
올 1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 휴전이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후티 반군이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대신 공항 등 이스라엘의 핵심 시설물을 타격해왔다고 FT는 설명했다.
해상 보안업체 EOS리스크그룹의 마틴 켈리 최고고문은 후티반군이 상당 기간의 공백 후에 대규모로 공격을 감행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번 공격은 후티 반군의 공격 의도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형 보트와 USV가 사용되고 드론에서 미사일까지 발사됐다면서 "(후티반군이) 이 선박을 침몰시키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해 항로는 서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가장 효율적인 항로의 일부다.
지중해와 수에즈운하를 거쳐 홍해를 통과해서 인도양과 서태평양을 지나는 것이 가장 빠른 뱃길이다.
그러나 전쟁 탓에 홍해 항로가 후티반군의 공격을 받을 우려가 커 요즘은 거의 모든 해운사들이 우회로를 이용하고 있다.
서유럽에서 대서양을 거쳐 아프리카 남쪽의 희망봉까지 갔다가 인도양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세력들의 분쟁 속에 홍해 등 역내에 지정학적 위험이 급증함에 따라 해운업계는 상시적 비용 증가와 사고 위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후티반군이 이날 이후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향한 공격을 본격적 재개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해운업계들의 홍해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홍해 항로의 물동량은 2023년 10월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전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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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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