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몇쪽 분량' 제한적 합의 모색"
"EU, 시간 끌 가능성도…내년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염두"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시한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인 8일(현지시간)이 다가오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제한적 합의라도 이르기 위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양측이 주말에도 유예 종료 전 무역 합의에 이르기 위해 협상을 계속했다면서 6일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올로프 길 EU 무역담당 대변인은 지난주 마로스 셰프초비치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등과의 협의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각국과 관세 협상에 나서면서 현재 모든 무역상대국에 부과 중인 기본관세 10%를 '하한선'이라고 못 박았는데, EU 측이 이에 대한 반대를 접고 받아들이는 대신 제약 등 특정 품목에서 높은 관세를 피하고자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EU는 협상 결렬 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안도 마련 중이다.
WP는 EU가 향후 협상에 적극 나서는 대신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관세 정책이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6개월 뒤 의회 중간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지난 5월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관세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져올 것으로 본 응답(53%)이 긍정 평가(30%)를 앞섰다.
반면 EU의 경우 2029년까지 선거가 없어 상대적으로 더 잘 버틸 수 있다는 게 근거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이를 유예할 때만 해도 자신만만한 모습이었지만 이후 협상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며, 현재까지는 영국·베트남과만 합의를 맺은 상태다.
게다가 영미 간 무역 합의에서 공개된 문서는 3쪽 분량의 백악관 팩트시트(참고자료)가 다인데, 이는 과거 미국이 수년에 걸친 협상 끝에 완성한 수백 쪽 분량의 포괄적 무역 합의와 완전히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맺으려 하는 것은 최종 합의라기보다 이를 위한 프레임워크(틀)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WP는 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최근 유예 종료 전 포괄적 합의를 맺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원칙상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한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광기라고 본다"면서 "미국 경제와 전반적인 글로벌 공급망,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월 당시 새로운 무역장벽을 세우는 것은 수조 달러 규모 생산이 줄어드는 등 '자멸'의 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승리다. 2쪽짜리 문건을 들고 '유럽과의 사상 최고 무역 합의'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라면서 합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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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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