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빠진 일본 완성차업체 닛산이 대만 폭스콘의 전기차 생산을 검토 중이다.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닛산은 공장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손실을 만회할 수 있고, 폭스콘은 안정적인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닛산은 60년 넘게 운영한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오파마 공장에서 대만 폭스콘의 전기차를 대신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61년 조업을 시작한 오파마 공장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약 3900명이 근무하는 닛산 대표 공장이다. 한때 연간 24만대를 생산하던 이 공장의 지난해 생산량은 약 10만 대에 불과하다. 리서치 회사인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2024년 공장 가동률은 40% 수준이다. 이는 손익분기점인 8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로, 닛산 경영진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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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폐쇄 대신 위탁 생산 선택한 닛산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닛산 입장에서는 폭스콘의 전기차 생산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무디스는 최근 닛산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올 회계연도 800억 엔(약 7549억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 닛산은 올해 2025 회계연도에 만기가 도래하는 5800억 엔(약 5조 474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폭스콘이 오파마 공장에서 자사의 전기차를 생산할 생각이 있고 닛산도 잉여 생산 설비를 폭스콘 측에 돌리면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협력이 성사되면) 닛산은 공장 폐쇄에 따른 정리해고 등 거액의 비용 발생도 억제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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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택한 폭스콘 왜?
대만 폭스콘이 전기차 생산 기지로 일본을 선택한 건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오파마 공장은 닛산 전기차 리프를 생산했던 곳이다. 완성차 업계에선 일부 시설 보수만 진행하면 폭스콘의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생산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생산하는 폭스콘은 스마트폰 조립 이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전기차 사업을 주목해왔다. 2020년 본격적으로 전기차 사업에 진출했다. 2021년 전기차 모델 3종을 선보였고 현재 대만에서 전기 버스와 승용차를 생산 중이다. 폭스콘은 2027년까지 연간 3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엔 자체 전기차 플랫폼 ‘MIH’도 선보였다. 대만 정부도 전기차 육성에 적극적이다. 대만 정부는 2040년부터 대만에선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정책을 2022년 발표했다. 폭스콘은 입장에서는 차세대 성장 동력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지가 필요했는데, 능력은 있지만 가동률이 낮은 닛산 공장이 딱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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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닛산 인수 재추진할까?
이번 협력이 성사될 경우 폭스콘이 닛산 인수에 다시 나설지도 관심이다. 폭스콘은 지난해 가을 닛산 주식 22.8%를 보유하고 있는 신탁은행과 일본 경제산업성에 닛산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다. 비밀리에 닛산 대주주인 프랑스 르노와 닛산 지분 인수를 위한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말 닛산이 혼다와 합병을 발표하면서 폭스콘은 인수전에서 손을 떼는듯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합병 결렬이 발표되면서 인수를 재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폭스콘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전기차 생산 시설을 원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닛산을 인수하려 할 것”이라며, “닛산이 폭스콘에 인수되면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