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을 만나 레오 14세 교황의 북한 방문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유 추기경을 만나 “한국의 천주교회가 인권과 평화에 관심도 많으시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회복하는데도 참으로 큰 역할을 해주셔서 국민을 대표해서 감사드린다”며 2027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서울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레오 14세 교황이 직접 참석하는지 물었다.
유 추기경이 “교황께서 당연히 오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관심도 많으신데, 오시는 길에 북한도 한 번 들러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유 추기경은 “콘클라베(교황 선출 투표)에서 교황님이 되셨을 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크게 뭔가 이뤄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며 “2027년에 교황이 한국에 오시면서, 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사진 찍는 모습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화답했다.
이날 접견에서는 이 대통령과 레오 14세 교황의 면담 일정도 논의됐다. 유 추기경은 “교황께서 (이 대통령의) 친서도 잘 받았다고 했다”며 “한국에 오기 전 ‘이 대통령을 로마로 초청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교황께서 ‘물론이다. 초청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가능하면 2027년 전에 한 번 찾아 알현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 교황청을 찾아 당시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북을 제안했다. 당시 프란체스코 교황은 “북한의 초청장이 오면 기꺼이 갈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으나, 실제 방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한반도의 안정에 대해 천주교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계시는데, (2027년 방한) 그 이전이라도 남북관계 개선에 교황청이 좀 특별한 기여·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유 추기경에게 당부했다.
비공개 면담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대화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긴장완화·신뢰구축 조치를 통해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 중인 만큼 교황청의 계속적인 지지와 지원을 기대한다”고 당부했고,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도 남북관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직후 대북 전단 살포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며 북한과의 긴장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도 이에 호응해 대남 방송을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