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영업이익이 1년 새 반토막이 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가전·철강 관세 철퇴’가 본격적으로 닥치기도 전에, 소비 시장이 먼저 얼어붙은 탓이다. 약한 고리는 중국이 매섭게 추격 중인 TV사업이었다.
7일 LG전자는 지난 2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액 20조7400억 원, 영업이익 6391억 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46.6% 줄었다. 증권가는 회사가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5~29% 가량 줄어든 85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성적표는 예상보다 더 저조했다.
회사는 실적에 대해 “주요 시장의 소비 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 통상 정책 변화가 관세 비용 부담과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생활가전(세탁기·냉장고) 사업과 전장(전기차 부품)·냉난방공조(HVAC) 사업은 선방했으나, TV 수요가 위축되고 액정표시장치(LCD) 조달 가격 및 마케팅 비용이 모두 올라 수익성을 해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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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세율이 더 높은데 왜 LG TV가 타격을?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TV의 58%는 중국산이며, 트럼프 정부는 여기에 41.4%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냉장고·에어컨에는 55%, 세탁기에는 38%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LG전자·삼성전자 같은 한국 기업은 미국에 수출하는 TV를 주로 멕시코에서 생산하는데, 미-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산 TV의 관세는 아직까지 0%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더 높은 관세율을 매기니, 한국산 가전이 도리어 덕을 볼 수도 있다’는 예측이 일각에서 나왔던 배경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LG전자 TV의 타격이 컸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별 국가에 대한 관세율보다도 TV 시장의 수요 요인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라며“글로벌 가전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상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니,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TV의 원가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LG·삼성은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LCD보다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LCD TV 수요가 크다 보니, LG전자는 중국 BOE에서 LCD 패널을 사다 쓴다. 지난 1분기 LG전자 TV사업부 원재료 매입비의 38%가 LCD 모듈 구입비였다. LG전자는 냉장고·세탁기의 주요 부품인 모터·컴프레서 같은 주요 부품은 직접 만든다. 핵심 부품의 기술 격차와 가격 결정권에서, 냉장고·세탁기 사업보다 TV 사업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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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데이터센터 HVAC 집중
하반기에는 철강 파생 관세(냉장고·세탁기 등에 50%) 영향이 본격화된다. 소비자(B2C) 가전 사업에서 수익성 방어와 함께, 데이터센터용 HVAC나 전장 같은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 얼마나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외에도 기기를 팔지 않고도 반복적인 매출을 올리는 구독·웹OS 사업 등에서 ‘질적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주력 생활가전 제품이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굳건히 지키고 있고,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사업도 꾸준히 성장 중”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대비 물류비 부담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라,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건전한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인수 계약을 체결한 유럽 온수 솔루션 기업 OSO의 인수를 마무리하고, 유럽 냉난방 공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