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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달러값 12% 추락…피난처 공식 깨지자 달러 파는 투자자

중앙일보

2025.07.07 01:29 2025.07.0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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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피난처=미국 달러’ 공식이 흔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재정적자가 급증한 가운데 세금 인하에 나서면서다. 중앙포토.
미국 달러가치가 연초 대비 약 12% 곤두박질쳤다. ‘안전자산 피난처=미국 달러’ 공식도 흔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재정적자가 급증한 가운데 세금 인하에 나서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ㆍ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6일(미국 동부시간) 장중 96.89를 기록했다. 장중 110선을 뚫었던 1월 13일(110.18)과 비교하면 12.06% 급락했다. 특히 이달 2일엔 약 3년5개월 만에 최저치인 96.78선까지 미끄러졌다. 미국의 관세 시한 유예 종료를 앞두고도 서울 외환시장의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이유다. 7일 미국 달러당 원화값은 주간 거래에서 전날보다 5.5원 하락한(환율은 상승) 1367.8원에 마감했다.

미국 달러 위상이 흔들린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영향이 크다. 지난 4월 이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와 유예를 번복하면서 5월 중순부터 달러지수 지지선인 100선이 깨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감세 법안도 달러가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이 앞으로 10년간 미국 재정적자를 3조4000억 달러(약 4654조원)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존슨홉킨스대 금융경제센터의 로버트 바베라 소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숨 막히는 재정정책 남용이 거의 확실시 되면서, 미국 달러 자산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 ‘큰손(생명보험사)’이 미국 국채 매도에 나선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대만 생명보험사들은 대만 달러로 받아온 보험료를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묻어뒀다. 하지만 미국 달러가치가 급락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미국 달러를 팔고, 대만 달러를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7일 대만달러는 1달러당 29.06달러로 5월 말(33.29 대만달러)보다 12.7% 치솟았다.

달러 약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에도 힘이 실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전략가는 “미국 달러에 대한 구조적인 약세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최근 설문조사에서 투자자의 40%가 달러 하락을 대비한 헤지(위험 회피) 전략을 원했다”고 말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정책 온도 조절 실패로 하반기에 ‘셀 아메리카’가 촉발되면 달러인덱스 하단은 90 부근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염지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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