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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학살' 현장 센강에 풀장이라니…알제리인들 '분노'

연합뉴스

2025.07.0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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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식민지배받던 알제리인 시위 유혈진압 뒤 센강에 시신 유기 수영장 개장일이 하필 알제리 독립기념일
'파리 학살' 현장 센강에 풀장이라니…알제리인들 '분노'
1961년 식민지배받던 알제리인 시위 유혈진압 뒤 센강에 시신 유기
수영장 개장일이 하필 알제리 독립기념일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파리시가 5일(현지시간) 약 100년 만에 '센강 수영장'을 개장하자 소셜미디어상에서 알제리인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전했다.
알제리인들에겐 센강이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1961년 10월17일 파리에선 당시 식민 지배받던 알제리인들이 프랑스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가 경찰의 유혈 진압에 최대 200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파리 경찰은 이들 알제리인의 시신 수십구를 센강에 유기했다.
이 사건은 프랑스 당국의 은폐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사건 발생 51년 만에 사건의 실체를 공식 시인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파리 학살'로 불리는 이 일은 알제리인들에게 여전히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센강 선상 행진으로 진행됐을 때 알제리 선수단은 붉은 장미를 강 위에 뿌리며 희생자를 기렸다.
공교롭게 센강 수영장이 개장한 7월5일은 알제리가 1962년 프랑스의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날로, 알제리의 최대 국경일이기도 했다.
한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가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너무 화가 난다"며 "사람들은 그곳에서 알제리인들이 익사했다는 걸 모르고 수영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한 알제리인은 "알제리의 독립기념일인 이날, 파리 시민은 우리 순교자들이 살해된 물에서 수영하는 것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찾지 못했나"라고 꼬집었고, 또 다른 네티즌도 "파리시가 순교자의 기억을 기리는 날에 센강에서 수영을 허용한 건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파리시는 5일 도심을 관통하는 센강 세 구역에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을 개장했다. 산업화로 센강 수질이 더러워지면서 1923년부터 수영을 금지했다가 100년 만에 빗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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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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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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