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7일 결국 학회와 시청자위원회도 공중파 방송 이사 추천권을 갖게 하는 ‘방송3법(방송법ㆍ방송문화진흥회법ㆍ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공영방송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중대한 전환점 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국민의힘 위원들은 표결 전 퇴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형두·신성범·최수진 의원은 회의장에 남아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민주당 위원 11명이 전원 찬성하면서 법안은 손쉽게 과방위 문턱을 넘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방송3법은 국민을 참칭하고 있으나 국민에게 방송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끝난 후에 전리품을 챙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과방위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표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떻게 하면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영구적으로 공영방송을 장악할 것인지 검은 계산만 숨어 있을 뿐”이라며 “공영방송을 장악해 언론과 국민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밀실ㆍ졸속ㆍ위헌 방송3법을 전면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통과된 방송3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 3사의 이사 수를 확대하고, 그중 절반 이상의 추천권을 정치권 외부에 개방하는 것이다. ▶한국방송(KBS)의 이사 수를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교육방송(EBS) 이사 수를 각각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늘어난 이사 수의 약 40%를 국회가 추천하고 ▶나머지 이사의 추천권은 방송사 임직원ㆍ시청자위원회ㆍ언론 관련 학회ㆍ유관 변호사 단체 등에 나눠주겠다는 내용이다. 이날 회의에서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이사 수를 늘리고 추천 대상을 다양화하는 것이 방송을 국민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만든 장치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주장했지만,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학회ㆍ방송학회, 변호사 단체가 국민을 대변하느냐”며 “(이들이 이사를 추천하면) 국민에게 공영방송이 돌아가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현재는 공영방송 이사의 추천권을 방송통신위원회가 갖고 있다. 방통위원장을 포함한 방통위원 5명은 대통령과 여야가 나눠 지명·추천한다. 결과적으로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 임명에 영향을 미치지만, 방통위를 경유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은 적어도 국회에서 (직접) KBSㆍMBCㆍEBS 이사를 추천한 적이 없다. 어찌 됐든 방통위의 제청으로 가는 것인데, 국회가 전면적으로 공영방송 이사진에 손을 대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물었다.
법안에는 지상파ㆍ종합편성채널ㆍ보도전문 채널이 노사 동수로 편성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서도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언론노조 등) 특정 세력에 넘어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이상휘 의원)고 비판했다.
100명 규모의 공영방송 사장추천위원회를 의무화하고, 공영방송 3사와 보도전문채널(YTNㆍ연합뉴스TV 등)은 보도국장(보도책임자) 임명 시 종사자 과반수 동의를 얻게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이날 과방위 회의를 전후로 법안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 의중에도 이목이 쏠렸다. 이날 오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방송3법에 대한 대통령 입장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집권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송법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며 “특별 개별 법안에 대해 의견을 밝힌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과방위에 나와 “대통령으로부터 ‘방송장악, 언론장악을 할 생각이 없으니 방통위에서 (개혁)안을 만들어보라는 업무 지시를 받았다”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다.
방송3법은 윤석열 정부에서 두 차례 본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두 번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되며 좌초됐다. 민주당 집권 직후인 6월 국회에서 민생 법안이 우선 되며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지난 2일 법안소위를 통과하며 급물살을 탔다.